[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다음은 한국시리즈(KS)다. AG 금메달에 KS 승리에 따른 통합우승까지 최고의 한 해를 만들 기회가 찾아왔다. LG 주전 3루수 문보경(23)이 한 번 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비를 강조했다.

문보경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상무와 평가전에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4회말 3득점 후 찬스를 이어가는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이어 박동원의 희생 플라이로 LG는 4-0으로 리드폭을 넓혔다. 8회말에는 직접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1사 3루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팀의 마지막 득점을 올렸다.

수비도 빛났다. 4회초 1사 3루에서 박승규의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했다. 3루 베이스 앞에서 바운드를 짧게 자른 뒤 1루로 송구해 선발 투수 최원태의 무실점 피칭을 만들었다. LG는 6-2로 상무에 승리하며 정규시즌 종료 후 5번째 실전을 끝냈다. 오는 4일 팬들에게 개방하는 잠실 청백전이 KS를 앞둔 마지막 실전이다.

상무전 후 문보경은 AG 금메달의 추억은 당분간 잊고 KS를 바라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화제가 되는 롤렉스 시계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따로 사서 선물할 수 있다며 MVP보다 팀 승리를 강조했다. 다음은 문보경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AG 금메달을 함께 딴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에서 잘하고 있다.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일단 금메달은 잊었다. 지금이 중요하니까 지난 일로 생각하고 있다. 김주원 선수가 다이빙 캐치하는 것도 물론 봤는데 그런 상황이 안 나오고 이기는 게 좋지 않을까. 극적으로 이기는 것도 좋지만 편하게 이기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잘 모르겠다. 괜찮은 것 같다가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다. 너무 잘 되면 KS 때 안 될 것 같아서 문제고, 너무 안 되면 KS 때도 안 될 것 같아서 문제가 아닐까. 그런 기분이 든다.

-오늘 안타는 없었지만 희생플라이를 치고 희생 번트도 잘 댔다. 수비에서 어려운 바운드 타구도 잘 처리했다. 실전 감각은 올라온 거 같은데.

처음 청백전 할 때는 오랜만에 실전이 적응이 안 됐다. 이후 계속 실전을 하면서 적응이 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큰 경기에 가면 투수들의 공이 더 좋아질 것이고 또 다를 것이다. 정규 시즌 전에 시범 경기할 때랑 느낌이 비슷한 것 같다. 개막전처럼 KS 1차전을 시작하면 긴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가을 야구 경험이 있다. 지난 2년 모두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는데 당시 1차전도 긴장이 됐나?

일단 경기 전에 관중분들이 들어오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이 포스트시즌은 보너스게임이라고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포스트시즌은 그렇지 않다. 정규시즌을 잘 치르고 올라온 팀들이 하는 중요한 경기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1차전 시작할 때 긴장감이 다르다고 느낀다.

-이미 두 번 포스트시즌을 했고 AG 결승전도 치렀다. 이러한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박)해민이 형이나 (김)현수 형에게 물어봤는데 비교가 안 된다고 하더라. KS 긴장감이 더 크다고 했다.

-다른 팀이 하는 포스트시즌 경기도 보고 있나?

열심히 본다. 다른 팀이 치열하게 붙는 것을 보고 내가 저 무대에 있으면 어떨지 생각한다.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번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번 KS에서 처음부터 번트를 잘하면 트라우마도 없어질 것 같은데.

번트를 댈 때 부담을 갖고 너무 정확히 잘 대려고 하면서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일단 작년에 못한 것은 잊었다. 이번에 그런 상황이 오면 잘 대서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다.

-KS MVP 롤렉스에 대한 얘기가 많다.

아버지께서 달라고 하셔서 만일 롤렉스를 타면 아버지께 선물로 드리려고 한다. 사실 나는 누가 받게 돼도 상관없다. 우리가 우승했다는 뜻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롤렉스 시계를 아버지께 사드릴 수도 있으니까 누구든 받았으면 좋겠다.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아버지께서도 야구를 많이 좋아하시지 않나?

그렇다. 어머니 말로는 아버지가 야구를 안 보신다고 하는데 매일 보는 거 다 안다. 야구장에도 오셨는데 내가 신경 쓸까 봐 최근에는 안 오시는 것 같다. 그래도 이번 KS는 오시라고 했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오셨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오셔서 내가 못 했다는 건 핑계밖에 안 된다.

-첫 포스트시즌 때 2루타 치고 거침없이 세리머니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반대로 작년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런 과감함이 없어 보였다. 차분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이 더 좋을까?

처음 포스트시즌이 더 좋지 않을까. 그때는 그냥 처음 가을 야구라 막 즐기려고 했다. TV에서 보던 가을 야구를 내가 직접 하니까 되게 신나고 즐거웠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주전으로 나오게 됐고 뭔가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첫해처럼 즐기면서 겁도 없이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물론 너무 의욕만 앞서면 안 된다. 적당히 섞어서 하고 싶다.

-KS 준비한 지 2주가 넘었다. 이천부터 지금 잠실까지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수비다. 단기전은 정말 수비가 중요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봐도 수비에서 실수가 나오면 이후 득점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비 실수를 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음대로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비에 가장 신경 쓰고 실수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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