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10일 외신기자들 모임에서 강연했다. 이날 이상기 회장이 ‘헐크 이만수 감독의 동남아시아 야구 전파 10년 성과와 보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부탁했다.내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강연할 때마다 새롭게 공부하게 되고 다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때가 많다.

이번 외신기자들 대상으로 강연할 때도 53년 동안 야구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평생 한길로 달려온 내가 제3국에 들어가 야구를 전파한다는 것은 선수 시절이나 지도자 생활할때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SK와이번스 감독 생활 끝으로 홀로 라오스로 건너가 야구를 전파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의 인생에서 얼마나 큰 보람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 모른다.

처음 라오스에 들어가 야구를 전파할 때만 해도 솔직히 야구가 보급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야구라는 단어조차 없는 나라. 동남아 최빈국. 야구 인프라가 하나도 없는 나라.

10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가 꽃필 수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나 혼자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의 후원이 거름이 되어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전까지 나는 오로지 야구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그렇게 평생 한길로 달려온 내가 그동안 나를 응원해 준 팬들에게 보답할 길을 찾은 것이 재능기부와 동남아야구전파이다.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식이라며, 왜 그런 무모한 행동을 하고 계획을 세우냐며 모두가 말렸다.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모두가 할 수 없다면 나라도 한번 도전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인생철학인 ‘Never ever give up’ 정신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왜 나라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낯선 라오스에서 야구를 보급 시킬 때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고 억울한 누명은 정말 잊을 수 없는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나의 인생철학인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나를 다스리며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야구 ‘야’자도 모르던 청소년들이 10년이 지난 지금은 지난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사상 처음으로 첫 승리를 거두었고 또 라오스 구기종목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올라가는 놀라운 기적을 만들었다.

정말 무모하게 시작한 일이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인도차이나반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야구가 발전하고 있고 또 동남아 이웃 나라에서 라오스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야구 10년차 라오스는 현지 야구대표를 중심으로 자립의 단계이기 때문에 나는 후원자에서 응원자로 물러난다.

몇 년 전 부탄과 인도네시아에서 야구를 전파해 줄 수 있는지 문의가 왔지만 당시는 라오스에 집중하느라 여력이 없어서 훗날을 기약했다. 이제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라오스가 당당하게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리를 올렸고 또 베트남에도 야구협회가 설립되고 국가대표가 만들어지는 놀라운 일들이 있었다.

돌아오는 22일에는 3번째 나라인 캄보디아로 들어가 야구로 재능기부를 하려고 한다. 라오스나 베트남과는 달리 야구협회도 있고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야구환경이 열악하니 가서 야구도 가르쳐 주고 도와줄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불가능은 도전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힘들고 어렵더라도 한번 시도하고 도전하게 되면 불가능이라는 단어도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본인이 깨닫게 될 것이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