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1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신사’ 답게 차분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는 설렘이 느껴졌다. ‘미스터 자이언츠’이자 영원한 롯데 4번타자 김용희(68) 한국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이 17년 만에 롯데로 복귀했다.

롯데는 21일 “김용희 운영위원께 퓨처스팀을 맡겼다. 김용희 신임감독은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 능력이 있고 선수 스스로 강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자율야구 철학과 다양한 행정 경험을 지닌 분”이라고 발표했다.

경남고, 고려대를 졸업하고 프로야구 출범 멤버로 롯데에 입단한 김용희 신임감독은 미스터 올스타에 등극하는 등 초기 자이언츠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1989년 플레잉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쌓았고 타격코치를 거쳐 1994년 롯데 감독에 취임했다.

1999년 삼성 수석코치로 생애 첫 이적(?)을 경험한 그는 2000년 삼성 감독으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2002년 롯데 수석코치로 친정으로 돌아온 김용희 신임감독은 당해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뒤 2004년부터 2년간 롯데 2군 감독, 2005년부터 수석코치, 2006년 2군감독 등을 오간 뒤 팀을 떠났다.

이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다 2011년 SK 2군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 뒤 2015년 1군 감독으로 부임해 두 시즌을 이끈 뒤 경기운영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김용희 신임감독은 이날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김태형 감독께서 전화를 했다. 퓨처스팀을 맡아달라시더라. 감개무량하기도 했고, 큰 책임감도 동시에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구단에서 원하는 것은 육성 시스템의 체계화다. 이를 바탕으로 가능성있는 젊은 선수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함양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며 “마지막 팀이지 않겠나. 사명감을 가지고 자이언츠가 명문으로 도약하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야 한다”고 다짐했다.

롯데는 김태형 감독 취임 후 김광수(64) 일구회장을 1군 벤치코치로 영입한 데 이어 김용희 운영위원까지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 젊은 지도자 일색의 KBO리그 코치 트렌드를 바꾸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김용희 감독은 “젊은 지도자도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연륜있는 지도자들의 장점도 뚜렷하다. 김태형 감독의 이런 움직임이 다른 구단에도 영향을 끼쳐 베테랑 지도자들의 노하우가 KBO리그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에서 유니폼을 벗은 이성곤(31)도 김용희 감독과 함께 상동구장으로 출근한다. 이 신임코치 합류로 롯데 퓨처스팀은 이병규(타격) 임경완 이재율(이상 투수) 백용환(배터리) 문규현(수비) 김평호(주루) 코치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구단 관계자는 “퓨처스 감독이 선임됐으므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팜시스템 확립에 초점을 맞춘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해서 내부 자원을 개발해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구축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 상동구장에서 마무리훈련에 한창인 롯데는 오는 25일까지 훈련한 뒤 내달 5일부터 신인캠프를 시작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