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런던=장지훈통신원·김용일기자] “이런 것도 내가 준비를 덜 한 탓이다.”
세 번이나 골망을 흔들고도 모조리 오프사이드 판정에 시즌 9호 골을 놓친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골 운이 따르지 않은 것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와 홈경기에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해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포인트 없이 팀의 1-2 역전패를 바라봐야 했다.
개막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8승2무)를 달리다가 직전 2경기를 내리 패한 토트넘은 3연패 늪에 빠지면서 승점 26으로 제자리걸음, 5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빌라는 승점 28을 기록하면서 토트넘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결과만 생각하면 당연히 가슴 아프고, 마음이 아프다. 그런 상황에도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기회를 만들었다. 질 만한 경기는 아니었는데 졌으니까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계단을 올라가는 중이라고 본다. 순탄하게 시즌을 잘 치러오지 않았느냐.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순 없으니, 이런 상황에도 배우려고 노력하면 돌아오는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주장답게 강조했다.
축구국가대표 ‘클린스만호’의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승을 이끈 뒤 연패 늪에 빠진 ‘토트넘 구하기’에 나선 손흥민이었으나 지독하리만큼 골은 외면했다.
그는 팀이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어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빌라 골문을 갈랐는데, 앞서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에게 침투 패스를 받을 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무산됐다. 후반 13분엔 브레넌 존슨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호이비에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왼쪽에 있던 손흥민에게 연결했다. 그가 가볍게 밀어넣었는데, 이번엔 존슨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
또 1-2로 뒤져 추격에 바빴던 후반 39분 페드로 포로의 슛이 왼쪽 골대를 맞고 나오자 손흥민이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해 골문을 갈랐다. 하지만 이 역시 그가 빌라 최종 수비보다 앞서 있던 게 잡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손흥민은 “운이 없었다기보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도 아니다. 이런 것도 내가 준비를 덜 한 탓에 나온 결과”라며 “조금 더 크게 움직이거나,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면 오프사이드에 안 걸렸을텐데, 발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팀원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양 팀 모두 강한 전방 압박, 수비 뒷공간을 두드리는 침투 패스를 즐기는 만큼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다. 토트넘이 전반 22분 지오바니 로 셀소의 왼발 논스톱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섰는데 전반 추가 시간 빌라의 세트피스 기회에서 파우 토레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후반 16분 최후방 수비에 구멍이 발생, 올리 왓킨스에게 오른발 결승골을 내주며 졌다.
패배보다 더 쓰라린 건 가뜩이나 주력 요원 줄부상에 시달리는 데 최근 갓 부상에서 돌아온 중원의 핵심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또다시 쓰러진 것이다. 그는 전반 중반 상대 거친 태클에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경기를 재개했지만 더는 뛸 수 없었다.
손흥민은 “부상은 어디까지나 컨트롤할 수 없다. 축구의 일부다. 모든 선수가 안 다치면 좋으나 그 전에 다른 선수가 그런 상황에서 더 열심히 준비하면서 경기에 뛸 준비를 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스텝 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게 경기장에 그대로 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분명히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 강한 정신력, 팀원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시간이 없다. 오늘 진 건 누구보다 마음 아프고 슬프지만, 아직 (상위권 팀과) 크게 차이나지 않으니 할 수 있다. 좋은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다음 경기 준비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 상대는 리그 2위(승점 29)를 달리는 맨체스터 시티다. 내달 4일 맨시티의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격돌한다. 손흥민은 “맨시티라고 하면 더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세계적인 팀이다. 손가락 하나에 들만한 팀이지 않느냐. 지난해 트레블한 이유가 있는 팀”이라며 “다가오는 주에 준비를 더 단단하게 해야 할 것 같다. 그 경기는 실수 하나가 용납 안 되니 팀적으로, 피지컬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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