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 배우 이동욱은 20대에 ‘로맨스 장인’ 타이틀을 받았다. SBS ‘마이걸’(2005)을 시작으로 MBC ‘달콤한 인생’(2008), SBS ‘여인의 향기’(2011), MBC ‘호텔킹’(2014), tvN ‘풍선껌’ 등을 거치며 주로 로맨스 드라마에서 활약했다. 타율이 높았다.
이후 장르물과 예능으로 눈을 돌렸다. tvN ‘도깨비’(2016)를 시작으로 JTBC ‘라이프’(2018), OCN ‘타인은 지옥이다’(2019), tvN ‘구미호뎐’(2019), ‘배드앤 크레이지’(2021) 등 장르를 다양화했다.
영화 ‘싱글 인 서울’은 ‘로맨스 장인’ 이동욱이 8년만에 택한 로맨스물이다. 극 중 이동욱은 싱글 라이프에 흠뻑 취해 사는 논술 강사 영호를 맡았다.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있지만, 애써 싱글을 즐기는 듯 살아가는 인물이다. 혼자 일하고 싶어 에세이를 쓰다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 분)과 묘한 관계를 그리는 찰나, 잊고 있었던 첫사랑을 만나면서 사랑에 표류하게 된다.
이동욱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10년 가까이 장르물을 선택해 왔다. 로맨스 장르에 출연 안 한 지 꽤 됐다. 조금은 현실성 있는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제의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로맨스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임수정이 한다고 해서 바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영호처럼 싱글생활 익숙…비혼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 언제 할지 몰라
훤칠한 외모를 지닌 영호는 논술강사로서 커리어를 쌓았지만 폐쇄적인 성격을 지녔다.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비교적 협업이 적은 학원 강사마저 함께 일하는 게 싫다는 이유로 작가가 되려고 한다. 혼자 있는 게 편한 영호에게 연애는 사치다.
눈에 띄게 잘생긴 외모로 작품마다 멋있는 남성성을 그려낸 이동욱이지만 이번만큼은 어딘가 지질하다.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늘 날이 서 있다. 처음 본 상대에게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인다. 얼굴을 보면서 조금씩 마음이 열리고, 은근히 챙겨주기 시작한다.
“저도 영호처럼 싱글 생활에 익숙해요. 그리고 저도 처음부터 살갑고 다정한 성격이 아니에요. 무심한 듯 챙겨주는 면이 있어요. 결혼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곧 할 것 같지 않아요.”
‘싱글 인 서울’의 묘미는 자연스러운 웃음이다. 이동욱과 임수정을 비롯해 출판사 직원들로 나오는 장현성,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가 펼치는 앙상블이 눈에 띈다. 상황으로 웃기는 장면은 물론 개인기도 발동한다.
“현장에서 모든 신을 찍기 전에 대화를 많이 했어요. 각자 연기를 준비해 온 다음에 합을 맞추게 될 때 서로 필요한 부분을 많이 공유했어요. 특히 수정씨가 엉뚱하고 귀여운 면이 있어요.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죠. 수정씨 스타일 덕분에 저도 여유를 가졌고, 의지가 많이 됐어요.”
영호와 현진의 사랑이 피어날 때 쯤 첫사랑이 나타난다. 그리곤 큰 갈등을 겪게 된다. 현진은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중재해보려고 하지만, 여의찮다.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진다. 연락을 끊은지 약 1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난다. 두 사람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애매한 지점이 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불꽃 튀는 사랑이 몇 번이나 있나요. ‘싱글 인 서울’이 오히려 현실적인 형태가 아닐까 싶어요. 개인적으론 이 결말이 더 흥미로웠어요.”
◇“예능인에 대한 동경있지만, 유튜브를 만들진 못할 것”
앞서 임수정에게 이동욱에 대한 인상을 묻자 “원래 잘생긴 사람 중에 재밌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동욱씨는 정말 재밌다”라고 말했다. 개그맨 사이에서도 이동욱은 ‘웃기는’ 배우로 꼽힌다.
“평상시에도 재밌는 걸 좋아해요. 주변에 개그맨 친구나 선후배가 많아요. 예능인을 존중하고 존경해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극단의 센스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어떻게 저런 상황에서 저런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핑계고’처럼 편하게 대화하는 자리는 덜 부담스러워요.”
이동욱은 SBS ‘강심장’(2009), ‘룸메이트’(2014),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다. 이동욱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 ‘핑계고’는 조회수 1000만회를 넘겼다.
“조세호, 남창희, 재석이 형이랑 평상시 모습처럼 낄낄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재미있나 싶기도 해요. 덕분에 ‘핑계고’ 대상 후보에도 올랐어요. 그런데 개인 유튜브는 못 할 것 같아요. 저 진짜 바쁘거든요. 작품도 많고요. 게스트만 하려고요.”
1999년 10대의 나이, 모델로 데뷔한 지 어느덧 25년을 앞두고 있다. 적잖은 시간 동안 큰 성장을 일궈온 그다.
“후회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미련은 안 남기려고 해요. 후회하면서 그 당시를 되돌아보면, 인생 공부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이만큼 행복한 직업도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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