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LG트윈스 좌완 함덕주(28)가 지난 11월30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받았다. LG 구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 요청이었다.
MLB 사무국의 신분조회란, 1983년에 맺은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국내에서 뛰는 선수를 미국으로 데려가기 위한 과정 중 가장 앞선 절차다. 즉,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미국 구단으로 영입하고 싶을 때 신분조회부터 요청해야 한다. 국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는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아야 공식 접촉이 가능하다.
함덕주에 앞서 LG 우완 고우석(25)과 키움 외야수 이정후(25)가 MLB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미국 구단에 요청받은 선수의 신분조회를 요청한다.
KBO 관계자는 “양국 선수계약협정에 따라 KBO는 4영업일 이내에 해당 선수의 신분조회 요청에 대해 MLB 사무국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신분조회 내용은 ‘이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 선수인지, 포스팅 대상인지, 아니면 구단 보류 선수로 FA나 포스팅 자격이 없는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KBO는 지난 30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엘지 트윈스 함덕주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고 ‘해당 선수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신분’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MLB 사무국으로부터 어떤 A 선수의 신분조회 요청만 받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어느 구단이 A 선수에게 관심이 있는지는 KBO도 알 수 없다.
과거부터 MLB로부터 신분조회를 받은 선수는 셀 수 없이 많다. 1995년 당시 투수 선동열(해태 타이거즈)이 신분조회를 받았다. 1999년 당시엔 LA다저스로 진출한 투수 박찬호가 빼어난 활약을 펼치자, MLB 구단들이 자국 사무국을 통해 KBO에 한국 아마야구 선수 9명을 무더기로 신분조회했다는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현(現)두산베어스 이승엽 감독도 FA 신분이었던 2003년 당시 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1998년 당시 KBO리그 출신으로는 최초로 MLB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에 뛰어든 투수 이상훈(LG)의 경우, LG구단이 KBO를 통해 MLB 사무국에 제출한 신분조회 답변서가 부실해 재차 수정·보완해 답변서를 전달했다. 당시 LG는 “이상훈은 LG의 보류선수지만 병역의 의무가 없어 해외진출에 하자가 없고 미국구단에 현금판매(CASH SALE)를 원한다”라는 요지의 신분조회 답변서를 보냈다. 그러자 사무국은 “답변서에서 이상훈의 신분이 명확치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투수 장필준(35)은 신분조회 과정을 거치지 않아 미국 구단과 계약하고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8년 당시 장필준은 LA 에인절스와 계약했지만, MLB 사무국은 “LA 에인절스가 ‘한·미 선수계약 협정서’에 명시된 선수 신분조회를 하지 않았다”며 계약 승인 불가를 통보했다. 추가로 사무국은 계약 승인 불가 통보 한 달뒤인 11월16일까지 에인절스에 신분조회 요청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에인절스의 적극적인 영입 의지로 장필준은 그해 12월 초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