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배우의 삶이 도전과 변신의 연속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연석은 가장 변신에 능한 배우 중 한명으로 기억될듯 하다.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이우진의 아역을 시작으로 ‘건축학개론(2012)’의 진욱, ‘늑대소년’(2012)의 지태, 그리고 tvN ‘미스터 션샤인’(2018)의 구동매까지, 유연석의 초기 필모그래피는 대체로 악역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유연석의 이미지는 지고지순한 순정파(‘응답하라 1994’)이거나 자신만의 신념을 지닌 인물(‘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가장 최근작인 JTBC ‘사랑의 이해’(2023)에서도 조건보다 사랑을 택하는 회사원 하상수 역으로 뭇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유연석을 ‘천사파 배우’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지난 8일 파트2가 공개된 빙 ‘운수오진 날’속 금혁수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다. 동명의 인기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에서 유연석은 연쇄살인마 금혁수로 분해 안방을 공포에 떨게 했다.
혁수는 고통도, 두려움도 모르는 사이코패스다. 살인을 저지른 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블랙박스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브이’ 포즈를 취하고 휴게소 화장실에서 시비가 붙은 남성을 무참히 살해한 뒤 천연덕스럽게 핫바를 씹어 삼킨다.
유연석은 “선한 이미지로 굳혀지는 게 답답해 이를 깨고 싶었다”고 금혁수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기보다 다양한 얼굴로 호기심을 안기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금혁수 연기는 쉽지 않았다. 평소에 잘 꾸지 않던 악몽을 꾸고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얼굴을 갈아끼웠다’라는 글과, ‘안광이 돌았다’는 반응을 보면서 배우로서 좋았어요. 기존 사이코패스 작품 속 캐릭터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죠.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설정이 차별화 중 하나였어요. . 원작 웹툰 캐릭터를 최대한 차용하려 했는데 특히 펌 헤어 스타일은 꼭 해보고 싶었던 설정이었죠. 금혁수가 살인이야기를 무용담처럼 즐기는 천진난만한 사이코패스 같은 인물이라는 점에 중점을 뒀어요. 상상을 하면 답이 안 나왔기 때문에, 실제 사례를 보고 공부했어요.”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블랙박스 앞 ‘브이’ 장면은 유연석의 애드리브였다. 드라마 공개 후 “소름돋는다”는 평이 자자했다.
“블랙박스는 경찰 증거가 될 수 있는 물품인데 금혁수가 그런 걸 바라봤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어요.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자 생각하니까 브이가 나왔어요. 사람을 죽이고 나서 걱정하기보다는 정반대 반응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브이를 하게 됐죠. 또 무통증 환자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이들은 매운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휴게소에서 매운 핫바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모습도 애드리브로 넣었죠.”
‘운수 좋은 날’에서 많은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유연석은 2023년에만 ‘운수 오진 날’, ‘사랑의 이해’, ‘낭만닥터 김사부3’, 영화 ‘멍뭉이’ 등 무려 네 작품을 선보였다.
유연석은 “20주년 팬 미팅 때 팬 분들이 영상들을 편집해서 보내주셨는데, 장르적으로도 영화, 드라마, 뮤지컬, 예능도 하면서 여러가지로 많이 도전한 것 같다”며 웃었다.
“새로운 것들에 도전할 때 주저함이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했던 것들이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아요. 좋은 반응도, 나쁜 반응도 있었지만, 내가 궁금해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도전했던 것에 후회는 없어요. 여태까지 해왔던 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해왔던데로 더 열심히 노력할 예정이니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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