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강예진 기자] “지도자로서 당연히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지금부터 (25일) 경기뿐 아니라 다음 라운드에 만나는 상대를 생각하는 등 여러업무를 동시에 보는 게 중요하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25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말레이시아(130위)와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요르단(승점 4·골득실 +4)과 승점 타이지만 골득실(+2)에서 2골 뒤져 2위를 달리고 있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조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요르단과 2차전(2-2 무)에서 고전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이 대회는 조 1,2위와 더불어 조 3위를 차지한 팀 중 상위 4개국이 16강에 오른다. 한국이 이미 2패를 당한 말레이시아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 만큼 최소 조 2위 이상은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대량 득점으로 승리할 경우엔 같은 시간 열리는 요르단과 바레인(1승1패·승점 3)전 결과에 따라 조 1위 도약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조 1,2위가 아니다. 64년 만에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최상의 팀 컨디셔닝을 유지하면서 다채로운 전략을 운용하는 게 중요하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조 1,2위 경중을 따지지 않고 있다. 그는 요르단과 비긴 직후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전만 바라보고 있다. 조별리그 모든 경기에서 배우고, 발생할 변수를 짚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중동 팀이 보여주는 투쟁심, 어렵게 만드는 부분을 기억하며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다시 중동 팀을 만났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극전사도 마찬가지다.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조 순위를 통해) 16강에서 누구와 만나더라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황인범(즈베즈다) 역시 “16강 상대는 중요하지 않다. 말레이시아전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완벽한 경기력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녹아웃 스테이지를 대비해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조 1위는 아시아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의 자존심과 직결한다. 요르단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위를 달리는 바레인을 상대한다. 요르단과 한국이 모두 승리로 최종전을 장식한다면 승자승 우열을 가리지 못하므로 골득실로 최종 순위를 가린다. 때문에 한국에 다득점 승리가 필요하다.

최상의 전력으로 나서는 게 중요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부상자가 속출했다. 1, 2차전에 결장한 공격수 황희찬과 왼쪽 풀백 김진수의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골키퍼 김승규는 십자인대 파열로 소집해제됐다. 남은 왼쪽 풀백 이기제까지 팀 훈련서 제외됐다. 오른쪽 풀백 김태환도 종아리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이 중요하다. 우선 이탈한 이기제 대신 1, 2차전 후반처럼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설영우를 왼쪽으로 돌리는 ‘설영우 시프트’를 가동할 확률이 높다. 오른쪽엔 김태환이 있다. 풀백 기근 현상에 ‘스리백’도 고민 중이지만 확률은 낮아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경기 시작부터 스리백을 가동한 적이 없는데, 말레이시아전에서 해당 포메이션을 꺼내드는 건 ‘리스크’가 있다.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리는 것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은 지난 1, 2차전에서 모두 부진했다. 소속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나선 적 있는 손흥민이 조규성과 투톱을 이룬다면 떨어진 결정력을 끌어 올리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주축 선수의 경고와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한국은 총 7명(김민재 손흥민 조규성 박용우 이기제 황인범 오현규)이 경고 한 장씩을 안고 있다. 경고 누적(8강까지 유효)은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또 대회 직전 이라크와 최종 평가전 전반전처럼 주축 선수에게 휴식을 주는 등 로테이션을 가동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도 감독 몫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택과 결정은 지도자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승리와 다득점뿐 아니라 ‘우승’을 위해 여러 선택을 해야 하는 클린스만 감독이 어떤 운용의 묘를 발휘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