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박준범 기자] 그야말로 흥겨웠던 첫 8개국 유니버스 올스타전이었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올스타전이 27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성황리에 종료됐다. 1,2세트 합계 37-36으로 K-스타가 V-스타를 꺾었다. 결과는 무의미했다. 이번 올스타전의 슬로건은 다국적 선수들이 참여하는 ‘올스타 유니버스’였다.
국내 선수들은 물론 마테이(슬로베니아·우리카드), 요스바니(삼성화재), 실바(GS칼텍스·이상 쿠바)를 비롯해 아시아쿼터인 메가(인도네시아·정관장), 폰푼(태국·IBK기업은행), 바야르사이한(몽골·OK금융그룹) 등 8개국 선수들이 올스타전을 위해 한데 모였다. 너나 할 것 없이 흥겨운 세리머니와 춤사위로 경기장을 찾은 6210명의 관중을 즐겁게 했다. 비록 아쉽게 매진에는 실패했지만, 올스타전 역대 관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무엇보다 감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V-스타 한태준(우리카드)은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과 합작해 춤을 췄다. 한태준은 신 감독의 얼굴이 프린트된 종이를 들고 가수 지수의 ‘꽃’ 춤을 췄고, 신 감독도 이에 화답해 박수받았다. 또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자신이 지도하는 정지윤(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는데, 세리머니를 한 차례 거부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고, 정준호 주심이 강 감독에게 경고를 줬다. 그제야 강 감독은 현대건설 선수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친 뒤 벤치로 들어갔다.
또 김지원(GS칼텍스)은 ‘돼지 인형’ 탈을 쓰고 등장했는데 최정민(IBK기업은행)의 공격을 맞고 쓰러져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비디오 판독관으로 나선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정확하게 맞았다”라고 말해 재미를 더했다. 용봉국과 이준영 선심은 판정 대신 선수 역할을 맡아 직접 서브와 공격을 시도했고, 숨겨뒀던 춤사위를 뽐내기도 했다.
올스타전의 ‘백미’는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만들어냈다. 김연경은 2세트 중반 노래 ‘내 귀에 캔디’가 흘러나오자 벤치로 향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김연경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김연경은 노래에 맞춰 아본단자 감독의 머리를 만지는 과감함을 보여 좌중을 사로잡았다.
강렬했던 이 춤으로 김연경은 원하던 세리머니상을 받았다. 김연경은 기자단 투표에서 16표를 받아 이다현(4표·현대건설)을 가볍게 따돌렸다. 김연경은 “(세리머니상을) 받고 싶었는데 받게 돼 너무 좋다. 새벽까지 준비했다. 감독님과 췄던 춤이 강렬했던 것 같다”라며 “감독님께 노래를 추천했는데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노래가 나오자 감독님이 나를 맞이해줬다. 감독님 머리를 만졌는데 땀이 많이 나셨더라. 감독님이 이 상에 기여를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재밌게 올스타전을 마무리한 것 같다”라고 공을 아본단자 감독에게 돌렸다.
여자부 MVP는 첫 올스타전에 출전한 표승주(IBK기업은행)에게 돌아갔다. 표승주는 팀 동료인 아시아쿼터 세터 폰푼의 머리 스타일을 따라 하고 나왔다. 표승주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밌게 했다. 다 같이 즐긴 것 같다. 기쁘고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감격했다.
남자부는 신영석(한국전력)이 MVP와 세리머니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특히 신영석은 ‘공중 부양’ 춤으로 유명해진 ‘슬릭백’을 따라 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신영석은 일반적인 춤을 넘어 줄넘기를 활용해 수준급의 ‘슬릭백’을 자랑했다. 신영석은 “저 잘 추지 않았나요?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 몰랐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팬께 하나라도 보여드리고자 (춤을) 준비했다. 기회가 된다면 좋은 추억을 또 나눴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브킹과 퀸에는 남자부 마테이(우리카드)와 여자부 실바가 각각 차지했다. 베스트 리시버에는 료헤이(한국전력)가 올랐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