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충격패다. 64년 만의 왕좌를 노렸지만 제대로 힘써보지 못한 채 무너졌다.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87위)과 4강전에서 0-2로 ‘충격패’했다. 64년 만의 우승을 노렸지만 요르단에 유효슛 하나 기록하지 못했다. 상대전적 3승3패로 우위였는데, 이날 ‘첫 패’를 떠안음과 동시에 ‘사상 첫 결승행’의 제물이 되며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했지만, 후반에만 2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상대의 빠른 역습 전개와 요르단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기세에서 밀렸다.
손흥민(토트넘)이 원톱에 섰다. 황희찬(울버햄턴)과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2선을 구축한다. 황인범(즈베즈바)과 박용우(알아인)가 3선에서 포백을 보호한다.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자리에는 김영권(울산HD)과 정승현(울산HD)이 센터백 조합을 이룬다. 좌우에는 설영우(울산HD)와 김태환(전북 현대)이 자리한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HD)가 꼈다.
초반부터 요르단의 기세가 거셌다. 무사 알타마리를 중심으로 빠른 역습을 전개했다. 전반 3분 니자르 알라시단이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때렸다. 조현우 골키퍼가 쳐냈다. 1분 뒤 에흐산 하다드의 중거리 슛도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고전했다. 알타마리를 중심으로 한 빠른 역습를 차단하려던 황인범이 깊은 태클로 전반 15분 경고 한 장을 받았다. 전반 17분 알타마리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내준 볼을 알나이트가 잡아 중거리 슛을 때렸다. 조현우가 몸날려 막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전반 18분 골망을 흔들었지만 불발됐다. 후방에서 정승현이 넘겨준 볼을 손흥민이 잡아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칩 슛을 때렸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반 23분 설영우가 왼쪽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볼을 잡아 크로스를 올렸다. 요르단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냈다. 세컨볼이 이강인에게 향했고, 발리슛을 때렸지만 크로스바 위로 떴다. 이 과정에서 설영우가 넘어졌고 비디오 판독(VAR)으로 이어졌지만 페널티킥은 선언되지 않았다.
요르단의 공세가 매서웠다. 전반 25분에는 황인범이 놓친 패스를 야잔 알나마이트가 잡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끌고갔다. 슛까지 연결했는데 이번에도 조현우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1분 뒤 누르 알라와브데의 크로스를 알나마이트가 발리슛으로 연결했는데 골대 위로 떴다.전반 26분 알타마리의 슛도 크로스바 위로 벗어났다. 한국은 전반 32분 이재성의 오버헤드킥은 골대를 강타했다.
전반 43분 황희찬의 공을 빼앗은 요르단이 막판까지 몰아쳤지만 조현우가 반사 신경으로 또 한번 슈퍼 세이브했다.
후반에도 이어진 요르단의 공세에 한국은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8분 박용우의 패스 미스를 무사 알타마리가 끊어냈다. 알타마리가 욕심내지 않고 반대쪽으로 뛰는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내줬다. 알나이마트가 뛰어나온 골키퍼 조현우를 보면서 칩슛으로 마무리,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7분 뒤에는 알타마리에게 추가골을 허용해 0-2 끌려갔다.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지난 16강과 8강 모두 120분 혈투를 치렀다. 더군다나 ‘수비의 핵심’ 김민재의 빈자리도 컸다. 역습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면서 질질 끌려갔다.
반전은 없었다. 선제 실점 이후 박용우를 빼고 조규성(미트윌란)을 투입했다. 후반 36분에는 이재성과 황희찬을 제외,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양현준(셀틱)을 넣었지만 만회골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막판 주도권을 잡는 듯했지만 요르단의 ‘침대 축구’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면서 64년 만의 우승은 물거품이 됐다.
한편 요르단은 5번째 본선 진출인 이번대회에서 사상 첫 결승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