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대한민국 힙합 신의 레전드를 향한 기운이 용솟음치려는 푸른 용의 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가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45살 동갑내기 개코(본명 김윤성)와 최자(본명 최재호)로 구성된 다이나믹듀오의 시간은 20년을 뛰어넘는다. 신구 초등학교, 신사 중학교 시절부터 30년 넘는 세월을 함께 한 두사람은 동료나 친구와 같은 평범한 단어를 넘어 인생의 굴곡을 함께 웃고 울며 이겨낸 소울메이트다.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폭발적인 래핑을 쏟아내며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마음껏 보여준 이들은 지난달 2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제33회 서울가요대상’ 시상식(주최 스포츠서울, 주관 서울가요대상 조직위원회)에서 R&B 힙합 부문을 수상했다.

태국에서 만난 개코와 최자는 밝은 표정이었다. 최자는 “K-팝이 범 아시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만큼 특별한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했다.

◇“시대의 선택을 받은 ‘AEAO’ 버티다 보니 만난 기적”

지난 2023년 다이나믹 듀오는 기적과 같은 성과를 낳았다. 먼저 2014년 발매한 싱글앨범 ‘어 자이언트 스텝(A Giant Step)’의 수록곡 ‘에아오(AEAO)’가 느닷없이 역주행을 시작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대다수 국에서 높은 차트를 기록했다. 뉴미디어 플랫폼 틱톡에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가지고 놀다 빵하고 터져버린 것이다.

아울러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의 리더 계급 미션곡으로 나온 ‘스모크’(SMOKE)는 새로운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며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 빌보드는 ‘스모크’를 2023년 최고의 K팝 송 25선에 선정했다.

“버틸 만큼 버티다 보니까 또 이렇게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음악을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뭐가 조금 안 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기네요. ‘AEAO’는 10년 전 발표한 곡이에요.씨앗을 뿌렸을 땐 잘 자라는 느낌이 아니었는데, 오랫동안 자라나 거목이 됐어요. 성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개코)

“가수 생활하면서 적잖이 노림수를 던졌었는데, 대박난 적은 없어요. 꾸준히 하다보니, 씨앗을 많이 뿌리다 보니까 이렇게 시대의 선택을 받네요. 만약 저희가 음악 활동을 안 했으면, 이런 덕을 못 봤을 것 같아요. ‘근황 올림픽’ 같은 데서 봤겠죠. 이렇게 음악을 하고 있어서 고마운 성과를 그대로 흡수한 것 같아요.”(최자)

‘스모크’가 터진 뒤 다이나믹 듀오는 ‘스모크 리믹스’를 만들었다. 라인업은 엄청났다. 같은 자리에 모이기도 힘든 가수들이 한 노래에서 합을 맞췄다. 제시와 지코, B.I, 박재범, 창모, 페디까지 국내 힙합신에서 중요한 멤버들이 다이나믹 듀오의 부름에 줄을 섰다.

“힙합계의 오랜 품앗이의 역사가 긍정적으로 발현된 것 같아요. 제시나 지코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와 관계가 있었고, B.I는 비트의 만든 페디랑 친했어요. 재범이는 춤을 잘 추고, 창모는 제대 후에 타이밍이 좋았죠.”(개코)

“이게 또 가능한 게 대면으로 하지 않고, 녹음 파일로만 전달하거든요. 아무래도 시간이 절약되죠. 얼굴 맞대는 게 없어서 일은 쉬워졌는데, 반갑게 인사 나누진 못해서 아쉬워요. 보고 싶어요.” (최자)

◇“노래든 관계든 힘을 주지 않는 게 포인트”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적 특색 중 하나가 많은 양의 가사를 빠르게 쳐내버리는 래핑이다. 그 와중에 가사는 귀에 쏙쏙 박힌다.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거나 폼이 죽기 마련인데, 오히려 더 농익어 가는 모양새다. 아직도 CD처럼 쏟아내는 실력에 아무리 뛰어난 래퍼라도 몸을 낮추게 된다.

“랩을 폭발하듯이 한다고 평가해주는 것에 감사드리네요. 힘을 빼야지. 폭발력이 나와요. 힘을 주고 하면 오히려 목이 더 막히고 지쳐요. 힘을 쭉 뺀 상태에서 해야 소리가 더 잘 나와요.” (개코)

“힘을 주면 안 돌아가는 게 더 안 돌아가요. 저희는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자는 마인드예요. 인간관계에서도 그렇고요. 저희가 가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 도와주자는 거예요. 타인의 요구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 마음가짐이 좋은 랩을 만드는 기반이에요.” (최자)

수많은 무대에 오르고, 또 오를 때마다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두 사람은 어떤 무대에서든 긴장하지 않다. 오랜 구력이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포한다. 조금만 틀려도 ‘절었다’는 조롱이 나오는 힙합 신에서 다이나믹 듀오는 약간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다.

“저희가 나무늘보 같거든요. 천천히 움직이고 쉽게 흥분도 안 해요. 공연 있는날은 하루종일 어슬렁 거려요. 평소 에너지를 쓰지 않다가 무대 올라가서 힘을 다 쏟죠. 핏대가 올라와요.” (개코)

“10년 전보다 확실히 무대가 더 좋아졌어요. 힘 쓰지 않으면서 입체감 있게 무대를 꾸미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엠넷 ‘쇼미더 머니’ 이후로 더 강력해진 것 같아요. 일주일 안에 2~3곡 만들어서, 다 외워서 한다는 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가사를 절지 않는 게 기적이에요. 그걸 이겨내다보니까 더 강해졌어요.”

◇“제발 내가 치는 공이 앞으로만 갔으면 좋겠다”

20주년을 맞이한 다이나믹 듀오에게 가장 큰 고민과 화두는 무엇일까. 깊게 고민한 두 사람의 입에서 의외의 답이 나왔다. 골프다.

“이븐 72타를 쳐보는 게 꿈이에요. 홀을 한 바퀴 돌았을 때 72타로 끝내는 거죠. 오버도 언더도 아니고요. 골프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아요. 나이 들고 한 취미 중에 가장 가슴 뛰게 하는 스포츠에요. 마치 중고등학교 때 농구를 처음 만난 기분이랄까요.” (최자)

“저는 공이 앞으로만 갔으면 좋겠는데. 사실 저희가 업무 외적인 거에 잘 빠져요. 게임 ‘WOW’ 하다가 2집 앨범은 못 나올 뻔했어요. 하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인생 망할까 봐 시작도 못 했어요. 음악적으로는 똑바로 갔으면 해요. 신인의 마음으로 새로운 나라에서 커보려고 하고요. 콘서트도 재밌게 기획 중입니다. 우리 신나게 놀아봐요” (개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