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감독 면접 질문에 있었다. 1루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물었다.”

한자리만 채우면 완벽한 타선이 된다. 당연히 캠프 주요 과제다. 감독 면접에서도 단골 메뉴였다. KIA 11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범호 감독 또한 지휘봉을 잡기에 앞서 질문과 마주했다. 호주에서, 그리고 열흘 후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주전 1루 경쟁을 진행하는 KIA 얘기다.

모두가 예상하는 우승 후보다. 타선을 보면 그럴 만하다. 박찬호와 김도영, 혹은 최원준과 김도영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에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클린업을 이룬다. 김선빈이 6번 타순에서 해결사이자 하위 타순 연결 고리 구실을 한다. 박찬호와 최원준 중 한 명이 9번에 자리하면 하위 타순에서 상위 타순 연결 고리도 단단해진다. 작전 수행에 능한 김태군도 9번 혹은 8번에서 찬스를 만들 수 있다.

결국 남은 것은 1루수가 자리할 타순 하나. 2019년부터 마주한 1루 문제를 풀어야 하는 KIA다. 지난 5년 동안 KIA 1루수 중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이는 황대인뿐이다. 황대인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10홈런 이상을 터뜨렸다. 하지만 지난해 5홈런에 그쳤다. OPS도 0.618로 고전했다. 보통은 클린업에서 장타를 생산하는 1루수가 KIA에는 없다.

부지런히 답을 찾고 있다. 지난달 22일 코칭스태프가 한자리에 모인 세미나는 물론 설 연휴 기간에 진행된 감독 면접에서도 답을 물었다. 심재학 단장은 지난 13일 이범호 감독 선임을 발표하기에 앞서 “감독 면접 질문에 있었다. 1루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물었다. 당시 이범호 감독님은 타격 코치였으니까 타격 쪽에 중점을 두고 답을 했다”고 말했다.

답은 뚜렷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면접에서 이범호 타격 코치는 이우성과 변우혁 경쟁 체제를 구상했다. 심 단장은 “이 코치가 이우성이 캠프에서 생각보다 좋다고 했다. 우성이가 캠프 흐름을 이어가면 변우혁과 함께 좋은 경쟁 구도를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며 “우리 타선이 좌타자로 편향된 부분이 있다. 우성이나 우혁이 같은 우타자가 올라오면 타선 균형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캠프에서 반짝하는 것은 아니다. 코너 외야와 1루를 두루 소화하는 이우성은 지난해 126경기 400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0.301 8홈런 OPS 0.780으로 활약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리며 도약을 이뤘다. 29세에 만든 상승세를 이어가면 매일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2022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에서 KIA로 이적한 거포 유망주 변우혁도 지도자 입장에서는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2019 신인 드래프트에서 노시환, 김대한과 더불어 특급 우타자로 평가받았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으나 군복무를 마친, 이제 만 24세가 되는 젊은 거포다. KIA 첫해였던 2023시즌에는 83경기 226타석을 소화하며 7개의 아치를 그렸다.

기대에 바로 응답할 수는 없다. 유망주가 성장하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 신임감독은 이에 대한 철학이 있다. 그는 1월말 코칭스태프 전략 세미나에서 유망주 기용에 대한 철학을 뚜렷이 전했다.

심 단장은 “당시 이 코치가 타격 파트 담당자로서 타격 사이클이 떨어지는 이유. 주전과 비주전 차이가 큰 이유. 비주전을 어떻게 기용하면서 기량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말했다”며 “유망주가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다면 단순히 결과만 바라보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돌아봤다.

어느 정도 전력을 갖춘 팀이 유망주 육성도 수월하다. 타자 육성에 있어 KIA가 그렇다. 7번 타순 외에 모든 타순이 완성됐다. 주전 야수 8명이 기대한대로 자기 몫을 한다면, 7번에 자리할 타자는 부담 없이 타석에 선다. 이른바 한 명은 묻어갈 수 있는 KIA 전력이다.

모범답안은 나왔다. 지휘봉을 잡기에 앞서 계획도 짰다. 이 신임감독이 첫 과제를 해결한다면 정상으로 향하는 황금길도 보일 것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