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스코츠데일=윤세호 기자] “(류)현진이가 개막전 1승 가져오겠다고 선전 포고를 했는데 우리는 빼앗기지 않는다. 개막전부터 1승 가져오겠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투수와 좌타자의 빅뱅이다. 기간 차이는 크지만 둘 다 세계 최고 무대를 경험했다. 이제는 KBO리그 소속팀의 리더로서 페넌트레이스 시작점에서 맞붙는다. LG 김현수(36)가 친구 한화 류현진(37)과 맞대결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개막까지 약 25일 남았는데 벌써 뜨겁다. 지난해 29년의 한을 푼 LG가 우승 반지 세리머니를 하는 날 한국 역대 최고 좌투수 류현진과 맞붙는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디펜딩 챔피언 LG와 류현진의 개막전 쇼다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만원관중이 당연한 이 경기를 향해 수많은 야구팬의 시선이 쏠릴 것이다.

승부에 앞서 마이크 워크도 뜨겁다. LG 염경엽 감독은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확정된 순간 “구단 최다승(87승)을 깨는 게 목표였는데 어렵게 됐다. 목표에서 2승 정도를 빼야 한다”며 “한화가 강해졌다. 그만큼 다른 팀의 승수는 줄 것이다. 84승 정도면 1위를 할 수 있는 시즌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류현진은 “(염경엽 감독님께서 말한) 2승 중 1승을 개막전에서 장식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마치 한국시리즈 같은 개막전이 예상된다. 그런데 데이터를 통한 예측이 쉽지 않다. 일단 류현진을 상대해본 LG 타자가 적다. 류현진이 2013년부터 작년까지 11년을 빅리그에서 뛰면서 류현진 상대 전적이 없는 LG 타자가 대부분이다.

12년 전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었을 때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LG에 있는 핵심 선수는 오지환 뿐이다. 오지환은 류현진 상대로 타율 0.133(15타수 2안타)로 고전했다. 당시 오지환은 좌투수 상대에 애를 먹곤 했다.

반면 김현수는 류현진 상대 타율 0.361(36타수 13안타)로 강했다. 당시에는 두산 소속이었던 김현수는 만 20세 시즌부터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는 타격 기계로 활약했다. 류현진 상대로 홈런도 하나 터뜨렸다.

김현수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 스쿨 파크에서 캠프 훈련을 마치고 과거 류현진과 맞대결을 돌아봤다. 그는 “그때는 상대 전적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동안 현진이가 외국에서 오래 뛴 만큼 많이 달라지고 더 잘 던질 것 같다”면서도 “현진이가 개막전 1승 가져오겠다고 선전 포고를 했는데 우리는 빼앗기지 않는다. 개막전부터 1승 가져오겠다”고 승리를 응시했다.

이어 그는 상대 타율 0.361에 대해 “현진이를 상대로 최대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던 기억은 난다. 하지만 상대한 타석수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지 않아서 좋아 보이는 걸 수도 있다”고 웃었다. 36타석이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과거보다는 다가오는 맞대결에 초점을 맞추는 김현수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는 김현수와 류현진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한국 야구 르네상스를 열었고 빅리그를 경험했으며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야구 실력 외에 야구를 향한 통찰력과 리더십도 뛰어나다.

김현수는 “구단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셨으니까 당연히 그만큼 해야 하는 것”이라며 “현진이도 이번에 한화로 오면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