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로우(Low) 볼 히터밖에 없잖아. 대비해야 할걸?”

레전드 포수 출신인 KIA 진갑용 수석코치는 올시즌 도입하는 자동볼판정시스템(ABS)가 리그 판도, 특히 타자들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했다.

진 수석코치는 “ABS는 좌우뿐만 아니라 위아래도 (기존 스트라이크존보다) 넓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전에는 앉아있는 포수 눈높이로 날아드는 공은 볼 판정받았는데, 명백한 스트라이크다. 이 높이에서 볼 두 개를 더 (스트라이크로) 준다면, 이마까지 올라온다. 타자로서는 유니폼 가슴에 새긴 팀 이름 높이로 날아오는 공도 대응해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어퍼블로 히터가 많은 KBO리그 특성을 고려하면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맞다. 높은 공을 제대로 타격할 수 있는 타자가 많지않을 뿐더러, 같은 코스로 힘있는 공을 던질 투수도 많지 않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에서 실전 중심의 2차 캠프를 치르는 각 팀 투수와 타자 모두 ‘높은 코스’ 대응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공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느냐고 반문하는 쪽도 있지만, ABS 도입의 근거가 된 심판판정의 불공정도 결국은 공 하나 때문이다.

가령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친 공에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으면, 투수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보더라인에서 볼 하나 빠진 공에 손을 들면, 타자는 반대쪽 배터박스 라인 위로 날아드는 공에도 스윙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 경계선에 있는 공 하나를 잡아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경기 양상이 송두리째 바뀐다.

ABS는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세계 최초로 ‘홈플레이트 중간과 꼭짓점을 동시에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인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광고했다. 때문에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도 많게는 공 두 개가량 여유를 두기로 했다. ABS 존이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진 수석코치는 “의도적으로 던지는 높은 공은 쉽게 때려낼 수 없다. 물론 회전이 많이 걸린 커브나 밀려 들어오는 어설픈 변화구는 ‘홈런볼’로 둔갑할 수 있다. 좌우는 개인 기량에 맡겨야겠지만, 높은 공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KBO리그로 전격 복귀해 개막전 출격을 준비 중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의 경기 플랜에 눈길이 쏠린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에 있는 아카마구장에서 한 두 번째 불펜피칭에서 몸쪽 높은 컷패스트볼을 구사해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몸쪽 높은 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던지는 것도 힘든데, 같은 속도로 날아오다 몸쪽으로 살짝 휘는 컷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던지는 건 마운드에서 활용할 무기를 많게는 예닐곱 개까지 늘리는 것이어서다.

바깥쪽 체인지업, 각 큰 슬로 커브, 각은 작지만 빠르게 떨어지는 커브를 스트라이크존 어느 코스에든 던질 수 있는 류현진의 기술은 이미 KBO리그 원톱이다. 당연히 류현진이 던지는 모든 구종과 코스는 분석 대상이고, 좋은 결괏값을 만든 래퍼토리는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몸쪽 높은 코스를 적극 공략하면 ‘하이볼’은 유행이 될 수밖에 없다. 어퍼블로에 최적화한 타자들은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리그 패러다임 변화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