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투수가 피칭 후 팔꿈치를 만지거나 통증을 호소할 경우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는 가슴이 덜컹한다. 투수에게 팔꿈치 통증은 치명적이고 수술까지 이어진다.

우완 루카스 지오리토(29)는 오프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2년 385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때 프리에이전트 대박이 기대됐던 터다. 그러나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고 운이 없었다. ‘FA 효과’는커녕 트레이드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LA 에인절스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됐다. 3팀에서 부상 없이 33경기에 선발 등판해 8승15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비록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184.1이닝 투구로 개인 최다였다. 화이트삭스에서 거둔 성적(59승52패 4.20)도 고려돼 선수 옵션이 포함된 2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LA 인근 사립 명문 고교 하버드-웨스트레이크 출신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좌완 맥스 프리드와 고교 동창이다. 2012년 MLB 드래프트에서 프리드는 7번(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지오리토는 16번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됐다. 지오리토는 198cm, 111kg의 우수한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보스턴과 계약 후 2월 26일, 3월 1일 두 차례 플로리다 시범경기 그레이프푸르트리그에 출전했다. 5일 팔꿈치가 불편하다고 호소했고, 6일 알렉스 코라 감독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부상 정도가 심하다고 인정했다.

ESPN과 MLB.COM 등 모든 언론은 팔꿈치 인대와 근육이 부분적으로 파열돼 2024시즌 마운드에 설 수 없다고 보도했다.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아야 할 처지다. 2012년 드래프트 당시 지오리토가 동창 프리드보다 뒷순위로 지명된 것도 팔꿈치 이상 때문이었다.

지오리토의 부상으로 보스턴은 선발 로테이션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선발진에 지오리토마저 이탈하면서 큰 구멍이 생긴 것.

보스턴은 선발 로테이션 5명 가운데 제1선발인 브라이얀 베요(12승11패 4.24)를 제외하고 10승 투수가 없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가 없다. 엘리트 지구로 통하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에서 버틸 만한 선발진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죽했으면 팀이 간판격인 3루수 라파엘 디버스가 스프링 캠프가 열리면서 기자들 앞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며 투수력 보강을 하지 않은 구단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구단은 지난해 10월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하임 브룸 베이스볼 오퍼레이션 사장을 해고하고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출신 크레이그 브리지로를 영입했다. 투수 생활을 마치고 시카고 컵스 프런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보스턴은 지오리토의 시즌 끝 부상으로 여전히 FA 시장에 있는 좌완 조던 몽고메리와 접촉했다. 몽고메리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다.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가 시작되어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게 바로 돌출 부상 때문이다. 보라스는 전날 둥지를 찾지 못하고 FA 대어 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몽고메리에 대해 “3,4개 팀이 원하고 있다”며 조만간 계약 성사를 예고했다. 몽고메리가 보스턴과 사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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