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원성윤 기자] “볼 배합을 바꿀까 싶다. 내가 던지고 싶은대로 던질 계획이다.”
준비는 끝났다.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한화)이 마지막 리허설로 시즌 준비를 마쳤다. 개막전 등판에 맞춰 루틴을 소화하는 일만 남았다.
류현진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와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6안타 2실점했다. 삼진 6개를 솎아냈고, 투구수는 76개였다. 최고구속은 시속 144㎞까지 측정됐고, 컷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을 두루 점검했다.
강판 후 불펜으로 이동해 부족한 투구 수를 채우는 등 차분하면서도 확실하게 ‘괴물의 귀환’을 준비했다.
한화 최원호 감독 역시 “류현진이 계획대로 멋진 투구를 했다. 목표 투구수도 잘 이행됐다”며 “76구를 던지는 동안 투구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준비가 착실하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본인은 변화를 얘기했다. 그는 팀의 14-3 대승 이후 취재진을 만나 “시즌을 시작하면 내가 던지고 싶은 대로 던질 것”이라며 “많이 바뀔 것이다. 지금은 시범경기고 체력을 늘리는 기간이라 속구와 변화구를 배분해서 던졌다”고 말했다.
빌드업 단계여서 100%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100% 힘을 쏟지 않았는데도 그의 공을 정타로 때려낸 타자가 없었다. 두 차례 시범등판해 9이닝을 던졌고, 9안타 3실점 평균자책점 3.00을 찍었다. 삼진 9개를 잡아내는 동안 볼넷이 단 한 개도 없다는 점이 류현진의 힘을 대변한다.
이날 실점과정과 그 이후를 봐도 그렇다. 3회말에 불운이 겹쳤다. 2사 후 노진혁에게 던진 공이 되돌아왔지만 아웃카운트로 바꾸지 못했다. 이어 빅터 레이예스에게 이날만 두 번째 안타를 내줬다. 2사 1,2루에서 만난 전준우에게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빗맞은 우익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런데 한화 우익수 임종찬이 타구를 잃어버렸다. 제자리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2루수 안치홍이 달려가 텅빈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을 집어들었다. 그 사이 주자는 모두 득점. 알듯 모를듯 한 미소를 지은 류현진은 유강남은 3구 삼진으로 솎아내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팀이 흔들릴 위기를 ‘에이스 다운 투구’로 잠재운 셈이다.
류현진은 “감정은 전혀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투수가 집중해서 그 다음 타자에게 안 맞아야 된다는 생각만 했다. 투수가 흔들리면 실수했던 야수가 더 위축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실책 이후 상황에 조금 더 집중했다. (유)강남이가 운이 없었다”고 말했다.
연패를 끊고 연승을 잇는 게 에이스의 숙명인데, 진짜 에이스는 경기 흐름의 등락까지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류현진은 이미 KBO리그와 빅리그에서 이 능력을 과시했다.
한화는 4회초 공격에서 4점을 뽑아 사실상 승부를 가르더니 5회초 7득점 빅이닝을 완성하며 에이스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류현진은 “시즌 때도 이렇게 뽑아줬으면 좋겠다”며 “지금 타자들 컨디션이 너무 좋다. 계속 (좋은 상태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현재 스스로 느끼는 페이스도 좋다. 그는 “4일 쉬는 스케줄로 했는데 괜찮았다”며 “이제 5일 쉬고 등판할 것이기 때문에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홈 개막전에 프로야구 통산 100승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감도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23일 잠실 원정 LG전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류현진은 “100승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며 “개막전을 이기고 대전에서 100승을 달성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목표를 공개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