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 기자] 불운도, 뒷심 부족 지적도, 결국 투혼으로 이겨냈다.

현대건설은 16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최종전에서 세트스코어 3-1 승리해 1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했다.

이 경기 전까지 현대건설은 승점 77로 선두 흥국생명(79점)에 2점 뒤졌다. 승수에서도 밀려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꼭 3점을 따야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두 세트를 내주면 현대건설은 2위로 정규리그를 마감해야 했다.

경기 전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1세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첫 세트를 빼앗겼다. 2세트부터는 한 세트만 빼앗겨도 1위는 물거품이 되는 위기에 직면했다. 설상가상 페퍼저축은행은 3~4세트에 무섭게 현대건설을 몰아붙였다.

현대건설은 몇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4세트에 경기를 마무리해 극적으로 역전 1위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나자 현대건설 선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오열했다. 양효진을 필두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폭풍 눈물’을 흘렸다.

의미가 있는 눈물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몇 년간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2019~2020, 2021~2022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달리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시즌이 중단되면서 봄배구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1위로 기록됐지만, 진정한 의미의 ‘챔피언’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랐다. 지난시즌에는 흥국생명에 역전을 허용하며 2위에 머물렀다.

이번시즌도 현대건설은 뒷심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4라운드까지만 해도 2위에 8점이나 앞선 선두였는데, 최종전은 2위로 추락한 채로 임했다. 18년 차 베테랑 양효진조차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고 고개를 숙일 만큼 흐름이 좋지 않았다. 또다시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우려를 극복하고 우승한 기쁨이 눈물로 이어진 셈이다.

현대건설의 역전 1위 뒤에는 선수들의 희생, 투혼이 있다. 양효진은 최근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이달 초부터 목, 어깨에 이상이 생겼고, 가장 중요했던 12일 흥국생명전에서는 고개를 드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며칠간 회복에 집중한 양효진은 기적 같은 투혼을 발휘하며 1위 결정전에서 23득점으로 폭발해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태국의 위파위는 어깨 부상으로 100%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태국 대표팀에서는 출전을 만류할 정도인데, 그 역시 통증을 안고 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위파위는 10점을 책임지며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제 몫을 했다.

베테랑도, 외국인 선수도 이 정도의 투혼을 발휘했다. 현대건설이 페퍼저축은행전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투혼은 계속된다. 양효진은 “최대한 빨리 회복해야 한다. 일반 사람이면 주사 치료를 받을 수 있는데 운동선수는 제약이 많다. 그래서 기도하고 있다”며 챔피언결정전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불편한 상황이지만, 통합 우승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0~2011시즌 이후 무려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으로 직행한다. 당시엔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하는 흥국생명과 정관장전 승자가 현대건설과 왕좌를 놓고 다툰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