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자존심이 상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김원섭 회장이 외유 논란에 휩싸였다. 김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대회에 공식 초청받아 태평양을 건넜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마스터스는 매년 전 세계 골프팬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메가 메이저대회다. 협회 직원 동석 없이 홀로 떠난 탓에 과연 정상적인 교류를 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른다. 취임한지 100일 남짓 된 신임회장이 KPGA투어에 산재한 숙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물음표를 다는 시선이 많다.
그러나 김 회장은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이 KPGA 회장을 공식 초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글로벌투어로 도약을 꿈꾸는 KPGA로서는 그간 다른 투어와 달리 협회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 이번 초청을 계기로 KPGA투어가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DP월드투어뿐만 아니라 호주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 투어 주요 임원과 미팅을 통해 KPGA투어 선수들의 글로벌 진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마스터스 방문이 단순한 외유에 그치지 않으려면, 눈에 띄는 결과물을 가져와야 한다. “회원을 위한 협회로 이끌겠다”고 다짐한 김 회장이 KPGA투어 개막전을 포기하고 떠났을 때는 회원과 팬이 납득할 만한 결괏값이 있어야 한다.
회장의 발언과 행동은 그 자체가 투어 전체를 향한 메시지로 비치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를 가까이에서 보고, PGA투어 최정상급 스타들과 기념촬영하는 것에 만족하는 순간 김 회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미 코리아 챔피언십과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통합한 탓에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를 빼앗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김 회장은 “거액의 투자금으로 선수들의 박탈감을 해소할 또다른 대회를 창설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KPGA투어로 치른 제네시스 챔피언십 특전과 상응할 만한 특전까지 유지할지는 의문부호로 남는다.
회장 선거에 출마해 “풍산그룹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지원을 받아 상금도 높이고, 대회 수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취임 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자 KPGA는 부랴부랴 “5월9일부터 나흘간 전남 영암에 있는 골프존카운티 영암45 카일필립스 코스에서 변형스테블포드 방식의 KPGA 클래식(총상금 7억원)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상금규모도 작을뿐더러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이동거리도 상당해 급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5월에는 2일부터 남서울CC에서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치른 뒤 영암에서 PGA클래식, 이후 제주에서 SK텔레콤 오픈으로 이어진다. 메이저급 대회 사이에 작은 대회를 끼워넣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KPGA투어 선수들은 많은 상금을 벌 수 있는 것만큼이나 DP월드투어나 아시안투어, PGA투어 등으로 진출할 길이 많아지는 것을 원한다. 김 회장의 ‘마스터스 출장’이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작부터 실망감을 안기면, 남은 3년은 너무 길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