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이 맛’에 쓴다. 체중 이슈도 있지만, 이렇게 치면 안 쓸 이유가 없다. LG 고졸 2년차 김범석(20)이 화끈한 대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쯤 되면 ‘그깟’ 살이다.

LG는 2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초 터진 김범석의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10-8로 이겼다. 기선제압 성공이다.

경기 후 김범석은 “모창민 코치님이 속구든 변화구든 칠 공을 정하자고 하셨다. 변화구를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 두 번째 공이 높은 실투로 들어왔는데 ABS에 걸치는 걸 보고 궤적 파악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반에 실점하면서 끌려가다가 홈런으로 팀 분위기가 반전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선발로 기회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남겼다.

5회까지 2-8로 밀렸다. SSG가 손쉽게 1차전을 챙기는 듯했다. 그러나 6회부터 LG가 힘을 냈다. 김현수의 솔로포가 신호탄이 됐다. 문보경-박동원의 적시타로 5-8로 붙었다.

7회초 2사 만루에서 문보경이 내야 안타를 쳐 1점 더 뽑았다. 6-8이다. 그리고 김범석이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노경은. 볼-스트라이크-볼로 카운트 1-2로 몰렸다.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밀어 쳤다.

뜬공이 되는 듯했으나 타구가 계속 살아 나갔다. 우측 폴대 바로 옆으로 떨어지는 홈런. 그랜드슬램이다. 김범석이 환호했고, LG가 활짝 웃었다. 시즌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거대한 한 방을 날렸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다. 시즌 첫 번째 볼넷 출루다. 4회에는 삼진으로 돌아섰고, 6회에는 2루 땅볼을 쳤다. 아쉬움을 남길 뻔했다. 7회초 모든 것을 바꿨다.

지난해 10월9일 롯데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195일 만에 손맛을 봤다. 그것도 극적인 결승 홈런이다. 자신의 파워를 유감없이 뽐냈다.

지난 스프링캠프 당시 이슈가 됐다. 살 때문이다. 전혀 감량이 안 된 상태로 왔다. 캠프 도중에는 부상으로 중도 귀국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남겼을 정도로 실망감이 컸다.

몸 상태를 회복한 후 퓨처스리그 두 경기만 치르고 1군에 왔다. 반드시 키워야 할 선수다. ‘재능’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거포’다. LG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홈런 치는 포수’로 키우고 싶다.

이날 하나 크게 보여줬다.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를 밀어서 넘겼다. 쉽게 만들 수 없는 홈런이다. 힘이 있어 가능했다. LG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자신을 선발로 기용한 염경엽 감독에게 제대로 보답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