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더 글로리’에 이어 ‘눈물의 여왕’까지 출연하며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었어요 (웃음). 육두문자부터 ‘나랑 한 판 붙자’는 DM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받았죠.(웃음)”

tvN ‘눈물의 여왕’을 통해 ‘글로벌 악역’으로 쐐기를 박은 배우 박성훈은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전재준 역에 이어 ‘눈물의 여왕’의 윤은성 역을 통해 ‘박성훈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은숙 작가님과 박지은 작가님 비교요? 저한테는 ‘엄마냐 아빠냐, 짜장이냐 짬뽕이냐’ 같은 질문인 것 같아요. (웃음) 다만 윤은성과 전재준 중에서는 전재준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준이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연기했다면 은성이는 목소리 톤을 한껏 낮췄죠. 화내는 장면을 연기할 때도 재준이는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했다면 은성이는 참았다 폭발하는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친모 모슬희(이미숙 분)의 사랑도 받지 못한 윤은성은 홍해인(김지원 분)을 향한 뒤틀린 사랑 때문에 총을 들었다 결국 사살당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사랑을 받지도, 주지도 못했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하고 접근하는지 알지 못했을 겁니다. 벼랑 끝에 몰린 은성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만약 은성이가 감옥에서 죗값을 치르더라도 나중에 출소해서 또 해인이한테 집착하고 둘 사이를 또 훼방 놓으려고 했을 거예요. 해인과 현우(김수현 분)의 해피엔딩을 위해서라도 은성이의 죽음이 불가피하지 않았나 싶어요.”

연달아 출연한 작품이 모두 성공하면서 박성훈이라는 본명보다 전재준, 윤은성이라는 캐릭터명으로 더 유명해졌다. 하지만 박성훈은 자신의 이름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박성훈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65명이 검색돼요. 한 10여 년 전쯤에 예명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65명의 박성훈 중 가장 유명한 박성훈이 되자고 마음먹었죠.”

최근 인기에 힘입어 그는 지난 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했다. 방송에서 털어놓은 것처럼 7년간 반 지하 방에서 생활하면서도 가난과 자격지심을 동력 삼아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웠다.

“IMF사태로 가세가 많이 기울었어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죠. 군 입대 뒤 8개월 만에 휴가 나온다고 전화 드렸는데 엄마가 ‘안 나오면 안되겠니?’ 하시는 거예요. 나오면 5,000원, 10,000원이라도 줘야 하는데 부모님은 밥에 물 말아서 김치만 먹고 있다는 얘기 들으면서 울기도 했죠. 가난과 자격지심이 제 동력이 됐어요. 아르바이트도 안 해본 게 없고요. 조금씩 작은 목표를 세웠고 지금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이뤘어요.”

여름 장마철마다 싱크대가 역류해서 정강이까지 물이 차는 반지하에서 살던 청년은 이제 아파트 14층에 거주하고 있다. 연이은 성공으로 부모님의 기대와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버지는 무조건 좋아하세요. 어머니는 ‘악역을 했으면 다음에 꼭 착한 역할을 해라’ 하십니다. 작품 들어간다 하면 어떤 역할인지 물어보시죠. 어머니는 주말드라마에서 선한 역할로 출연했을 때 피드백을 그리워하시는 것 같아요.”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박성훈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며 기본기를 쌓았다. 그때 배운 것들이 악역 연기의 밑거름이 됐다. 배우 진선규, 박해수 등 선배들의 성실함, 작품에 임하는 자세, 진실된 태도 등을 보면서 배웠다. 최고 흥행작 ‘눈물의 여왕’에 이어 최고 기대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무대를 향한 초심을 잃지 않고 있다.

“연기를 접한 지 20년이 됐지만 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임하려고요. 리셋버튼을 누르고 다시 무대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주연배우로 발돋움하게 되면 선배님들한테 보고 배운 것들을 후배들한테 나눠주고 같이 즐기고 싶어요.” tha93@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