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 기자] ‘감독 경질 시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2024시즌 프로축구 K리그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 감독 5명이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K리그1 3명(단 페트레스쿠·최원권·이민성), K리그2 2명(이기형·염기훈)이다. 지난 3월 성남FC를 이끌던 이기형 감독을 시작으로 4월엔 전북 현대 단 페트레스쿠, 대구FC 최원권 감독이 5월엔 대전하나시티즌 이민성,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이 차례로 팀을 떠났다.
지난시즌엔 개막 세 달이 돼 가는 시점에 수원 삼성 이병근(4월21일) 전북 김상식 감독(5월4일) 등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다섯 시즌을 통틀어 봐도 전반기 끝자락인 6월이 되기 전 감독직에서 물러난 인원은 한해 많아야 2명이었다. 5년 전인 2019년엔 6월 들어 첫 감독 교체(인천 임완섭 감독)가 나왔고, 2021년엔 하반기인 9월이 돼서야 사령탑이 바뀌었다(서울 박진섭 감독).
프로야구에서도 여름 레이스 전 감독 교체는 종종 나오는 일이다. 2021년 롯데 허문회부터 2022 NC 이동욱, 2023년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까지 약속이라도 한 듯 그해 5월11일에 나란히 지휘봉을 놓았다. 그리고 27일 한화 최원호 감독이 자진해서 물러나며 2024시즌 KBO리그 1호 중도 퇴진 사령탑이 됐다.
프로스포츠에서 시즌 중 지휘봉을 내려놓는 대다수 이유는 ‘성적’. 다만 프로축구 사령탑이 유독 ‘파리 목숨’이 된 건 강등 시스템과 궤를 같이한다. K리그는 2년 전부터 기존 ‘1+1’에서 ‘1+2’ 강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1부 최하위 팀이 자동 강등하고 바로 위 2개 팀이 2부 준우승 팀,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여 잔류, 강등 여부를 결정한다.
자연스럽게 하위권 팀의 생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 상,하위 팀간 간극이 벌어질수록 하위권 팀이 느끼는 공포감이 커졌다. 조속히 분위기 반전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시즌 최하위에 머물던 수원은 시즌 중 감독을 두 번이나 교체했다. 4월 이병근 감독이 물러났고, 후임 김병수 감독도 5개월을 채우지 못했다.
2021년부터(3회) 2022년(6회), 2023년(8회)까지 감독 경질 혹은 사임 횟수가 늘고 있다. 경질시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짙다. 이런 상황에 일부 구단은 ‘감독 구인난’에 허덕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스템 탓만 할 수 없다. 명확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하지 않고 조급하게 감독을 선임해 화를 자초하는 일이 빈번하다. 수원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플레잉코치로 현역에서 은퇴도 안 한 ‘감독 무경험자’ 염 감독을 수장으로 앉혔다가 2부 강등을 막지 못했다. 올해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해 재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무시했다. 결국 염 감독 체제에서 도전한 2부에서도 충격의 5연패 늪에 빠지며 수렁에 빠졌다.
한 축구 관계자는 “시즌 중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감독을 교체하는 팀 사정을 이해하지만, 일부 구단은 어떤 축구로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 불명확하다. 그런 팀은 어느 감독이 와도 재건하기 어렵다. 당장 성적을 바라는 건 요행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