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울산HD ‘홍명보호’의 핵심 루빅손(31·스웨덴)은 K리그 외인의 새 지평을 연 자원이다.

함마르비 등 자국 클럽에서만 뛰다가 지난해 울산을 통해 해외 무대에 도전한 그는 27경기에서 6골3도움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애초 윙포워드로 번뜩이는 ‘원샷원킬’ 결정력을 뽐냈는데, 시즌 도중 윙백으로 변신해 제 몫을 하는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펼쳤다.

루빅손은 기존 외인처럼 페널티박스에서 기회창출에 능하면서도 많이 뛰고 수비 지역에서도 헌신하는 유형이다. 대다수 외인은 자기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편인데 루빅손은 팀을 위해 뛰려는 경기 자세가 돋보인다. ‘마당쇠’같은 외인으로 불린다. 홍명보 감독 뿐 아니라 타 팀 지도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홍 감독은 지난해 7월8일 포항 스틸러스전(울산 1-0 승)에서 루빅손을 오른쪽에 두고 수비에 힘을 두게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의 공수 능력에 확신을 품었다.

홍 감독은 팀이 내림세로 돌아섰을 땐 지향하는 색채를 과감하게 버리고 발상의 전환을 중시한다.

최근 수비진 균열과 맞물리며 3연속경기 무승(1무2패)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25일 대전하나시티즌과 홈경기를 앞두고 기존 포백 대신 ‘변칙 스리백’을 내세웠다. 그 중심엔 루빅손이 있다. 그를 왼쪽 윙백으로 두고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게 했다. 전술적 이해도가 뛰어난 루빅손은 100%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이날 멀티골을 뽑아내며 팀의 4-1 대승의 주연 구실을 했다. 단순히 득점을 떠나 공격 지역으로 향한 패스가 33회로 팀 내 1위였다. 동료를 향한 지원 사격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또 수비에서도 블록 4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볼 획득 8회, 차단 3회 등 상대 공격의 일차 저지선 구실을 충실히 했다. 공수에서 그야말로 대활약을 펼쳤다.

지난 19일 울산과 경기를 치른 강원FC 오른쪽 풀백 황문기도 이례적으로 맞대결한 루빅손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부지런하고, 상대가 알고도 막기 어려울 정도의 축구 지능을 갖췄다는 의미다.

‘팔방미인’ 루빅손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내달 최전방 자원인 헝가리 국가대표 마틴 아담이 유로2024 참가로 이탈한다. 또 김지현이 무릎을 다쳐 실전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 정통 스트라이커는 주민규만 남는다. 그러나 여름레이스에서 홀로 최전방을 책임질 수 없다. 홍 감독은 최전방에서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능한 루빅손을 전진 배치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쓰임새가 다양한 루빅손의 존재,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