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싱가포르 관중석에서도 감탄사가 쩌렁대게 나올 정도였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의 일원인 이강인이 또다시 번뜩이는 개인 전술을 앞세워 A매치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은 6일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진행중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5차전 싱가포르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 9분 선제 결승골과 더불어 3-0으로 앞선 후반 9분 팀의 네 번째 득점까지 책임졌다.

김도훈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7-0 대승, 2차 예선 C조에서 4승1무(승점 13)를 기록하며 오는 11일 중국과 6차전 홈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1위를 확정했다. 3차 예선을 향한다.

싱가포르가 공격진부터 압박하며 내려서지 않은 가운데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 등 빅리거를 앞세워 뒷공간을 두드렸다. 이강인 안방 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싱가포르 선수들의 기를 조기에 꺾었다.

전반 9분이다. 앞서 손흥민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감아찬 슛을 상대 골키퍼 하산 서니가 쳐냈다. 이어진 상황에서 주민규가 공을 잡은 뒤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달려든 이강인에게 연결했다. 그의 앞엔 하리스 하룬에 가로막았다. 이강인은 하룬을 절묘한 헛다리 동작으로 벗겨냈다. 그리고 주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이강인의 개인 전술에 싱가포르 관중도 “와~”하며 놀라워했다.

이강인의 골이 터진 뒤 싱가포르는 의욕적으로 공격에 숫자를 두고 맞섰지만 전반 20분 주민규에게 헤더 추가골을 얻어맞고 후반 손흥민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는 등 무너졌다.

이강인은 후반 9분 다시 주민규의 도움을 받아 멀티골을 넣었다. 주민규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달려든 이강인에게 연결했다. 그가 강력한 왼발 슛으로 싱가포르 골문을 갈랐다. 그는 싱가포르 원정에서 A매치 8~9호 골을 동시에 해냈다.

2023~2024시즌 PSG를 통해 커리어 첫 ‘빅클럽’에 입성한 이강인은 도메스틱 트레블(리그·쿠프 드 프랑스·트로페 데 샹피옹 우승)에 성공하며 트로피 3개를 품었다. 개인 활약도 우수했다. 시즌 초반 부상을 입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등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었지만 리그1 23경기, 챔피언스리그 9경기, 쿠프 드 프랑스 3경기 등에 출전해 5골5도움으로 두 자릿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에서 이강인의 시즌 평균 평점은 6.94다. PSG에서 7위에 해당한다.

애초 이강인이 PSG에 입성할 때만 해도 주전 경쟁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확실한 재능과 노력으로 주전급 멤버로 자리잡으면서 전성기의 토대를 마련했다.

동시에 지난 시즌 대표팀에서도 손흥민과 ‘원투 펀치’로 자리매김한 그는 이번 싱가포르 원정에서 존재 가치를 알렸다. 김 감독은 이날 후반 12분 이강인을 엄원상과 교체하면서 체력을 비축하게 했다. 중국과 6차전 출격을 여유있게 대비하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