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4연속 1R 탈락 위기

대만도 넘기 힘든 거대한 벽 됐다

불펜 제구 난조+경기 후반부 집중력 부재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허망하다 못해 참담하다. ‘마이애미행’을 외쳤던 류지현호의 호언장담은 도쿄돔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일본에 이어 대만에도 덜미를 잡혔다. 8강 진출이 쉽지 않다. ‘4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치욕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기 직전이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3차전 대만과 맞대결에서 10회 승부치기 끝에 4-5로 역전패했다. 2013, 2017, 2023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한국 야구의 잔혹사가 멈출 줄 모른다.

국제대회 일본전 11연패(1무 포함)의 수렁은 이미 깊다. 대만도 어느덧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 됐다. 2024년 프리미어12 예선 패배에 이어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최근 대만전 7경기 2승5패라는 참담한 열세를 이어갔다. ‘아시아 맹주’라는 타이틀은 이제 과거의 영광일 뿐이다.

물론 일정이 가혹했다. 7일 밤 한일전 혈투를 치르고 12시간도 쉬지 못한 채 8일 정오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의 몸놀림은 무거웠다. 그러나 일정을 탓하기엔 준비 과정부터 허점투성이였다. 평가전부터 지적됐던 불펜의 제구 난조는 본선에서도 반복됐다. 한일전에서 김영규가 보여준 뼈아픈 볼넷 남발은 류지현호가 안고 있던 고질병이 터진 결정적 장면이었다.

집중력 부재는 대만전에서 정점을 찍었다. 10회초 무사 2루 승부치기 상황. 1루수 셰이 위트컴의 판단 실수가 화근이 됐다. 상대 2루 주자의 주력을 간과한 채 무리하게 선행 주자를 잡으려다 타자 주자까지 모두 살려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기본기에 충실해야 할 국제대회 단판 승부에서 나온 뼈아픈 실수였다.

더 큰 문제는 9일 열릴 호주전이다. 벼랑 끝에 몰린 류지현 감독은 대만전 세 번째 투수로 ‘빅리거’ 데인 더닝(시애틀)을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애초 호주전 선발로 낙점됐던 더닝 카드를 미리 소모하면서, 조 2위 결정전이 될 가능성이 높은 호주전 마운드 운용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대만도 잡지 못하는 전력으로 세계 무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투수진의 난조, 야수진의 판단 착오,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부족까지. 도쿄돔에서 드러난 한국 야구의 현주소는 차갑고도 매서웠다. 8강으로 가는 길은 이제 기적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접어들었다.

한편 호주전 선발투수로 손주영이 나선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