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호주 꺾고 조2위
17년 만에 8강 진출
중심엔 문보경이 있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도쿄돔의 기적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류지현호가 바늘구멍 같은 ‘경우의 수’를 정면 돌파했다. 17년 묵은 잔혹사를 끊어내고 마이애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최종전에서 호주에 6-1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성적 2승2패를 기록, 대만·호주와 동률을 이뤘다. ‘5점 차 이상 승리·2실점 이하’라는 까다로운 경우의 수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며 조 2위로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 지었다.
한국 야구에 이번 8강 진출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013년, 2017년, 2023년 대회에서 잇달아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09년 준우승 이후 무려 17년 만에 본선 2라운드 무대를 밟게 됐다. 3개 대회 연속 탈락이라는 ‘수모의 사슬’을 마침내 끊어냈다.

승리의 주역은 단연 ‘보물’ 문보경(LG)이었다. 그는 이날 3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이라는 ‘원맨쇼’를 펼치며 호주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기선제압부터 문보경의 몫이었다. 2회초 무사 1루 상황, 문보경은 호주 선발 라클란 웰스의 공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아치를 그리며 도쿄돔의 기운을 한국 쪽으로 가져왔다.
화력은 3회초에도 식지 않았다. 무사 2루 찬스에서 ‘캡틴’ 이정후가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이어 문보경이 다시 한번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문보경의 방망이는 5회초 2사 2루에서도 알렉스 웰스를 상대로 적시타를 추가하며 팀의 5점째를 홀로 책임졌다.

6회초, 김도영도 해냈다. 2사 3루에서 김도영은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6-1을 만들었다. 그런데 8회말 김택연이 적시타를 허용했다. 2-6으로 다시 좁혀졌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은 대표팀이다. 9회초 1사 1,2루에서 안현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7-2다.
대표팀 투수진은 호주 타선을 단 2실점으로 꽁꽁 묶으며 류지현 감독이 예고했던 ‘3시간의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패색이 짙었던 조별리그 초반의 위기를 딛고 일어선 류지현호. 그들이 보여준 끈질긴 집념과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결선 토너먼트로 향한다. 도쿄돔에서 쏘아 올린 기적의 신호탄. WBC 정상을 향한 거침없는 진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duswns0628@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