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고(故)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의 진범 몽타주가 복원됐다. ‘버닝썬 게이트’ 핵심 키맨이었던 구하라의 49재가 끝난 뒤 집을 비운 사이 곧바로 금고가 도난당해 비밀번호를 아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 전문청부업자 소행으로 특정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故 구하라 금고 도난 사건 범인의 실체를 추적했다.

지난 2020년 1년 11일, 49재를 치른 유족 가운데 오빠 구호인 씨는 이틀 뒤인 1월 13일 밤 유품 일부를 정리해 동생이 살던 청담동 집을 비웠는데, 2층 옷방 안쪽에 있던 동생의 개인금고가 사라졌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평소 옛 휴대전화기를 보관해두던 금고만 사라졌다. 집 주변 CCTV를 살펴보자, 놀랍게도 1월 14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에 동생의 집 앞마당에 침입한 낯선 남자의 모습이 포착됐다. 유가족이 집을 비운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범행이 일어난 일이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범인은 전문 청부업자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하라씨가 가진 휴대전화를 판도라의 상자로 본 것”이라며 “판도라의 상자에 자기와 관련된 뭐가 있는가 굉장히 궁금한 사람, 그것이 오픈된다면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해 두려워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즉, ‘승리 사단’과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구하라의 금고 도난 사건에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5월 영국 BBC에서 제작한 ‘버닝썬 게이트’ 관련 다큐멘터리에 고인의 이름이 거론되면서부터다. 당시 고인은 피의자들과 고위 경찰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제보자였다.

오빠 구호인 씨는 “옷방 화장대에 있던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라며 “그 안에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쓴 편지, 계약서, 소속사 정산 서류와 휴대폰 5~6개가 있었다. 범인이 그 금고를 가져갔을 때는 거의 빈껍데기를 가져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범인이 도어락을 누르는 모습에서 면식범을 가능성을 잡아냈다. 그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알았지만, 열 감지로 4개 이상의 번호를 감싸야지만 작동되는 도어락의 사용법은 전혀 모르는 모습이었다. 이를 통해 범인은 도어락 비밀번호를 아는 누군가에게 일을 의뢰받은 전문 청부업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작진은 AI(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영상 화질을 개선하고, 적외선 카메라에 담긴 인물에 컬러를 입히면서 범인 몽타주를 만들었다. 왼쪽 귀걸이를 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남성으로 근시 교정용 오목렌즈의 안경을 착용한 모습으로 특정했다. 갸름한 얼굴형과 오뚝한 코를 가진, 170cm 후반의 키와 건장한 체격을 가진 인물이다.

MC 김상중은 “그동안 CCTV 영상을 공개하고 많은 제보가 이어졌다. 다만 근거는 없고 심증만 있는 추측성 제보들이었다”라면서 “지금 필요한 일은 사실들을 모아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다”라며 “진실이 밝혀진다면 이 도둑의 진짜 주범의 얼굴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제보를 당부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