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증권 시장에서 오너가의 주식 매도는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눈물짓는 순간이다. 오너가는 대부분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 전량 매도 등으로 지분을 팔아치운다. 문제는 이들의 매도 이후 대게 주가가 급락해 하락장을 면치 못한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로 10만전자에 가까워지는 듯했으나, 지난 4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당시 이 사장은 45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 0.09%(524만7140주)를 매각했다.
또한 이미 지난 1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전 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과 함께 2조80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등 주식을 블록딜로 매각하기도 했다.
이는 거액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담보 대출을 받았으나,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고 대출 일부 상환을 위해 블록딜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속세 마련을 위한 주식 매도는 블록딜뿐만이 아니다. 최근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씨도 상속세를 이유로 한 달 사이 사고 팔고를 반복해 140억원 규모의 롯데쇼핑 주식 21만10주를 매도했다.
2020년 1월 신격호 명예회장 사망 후 상속인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전 호텔롯데 고문 중 신동빈 회장이 회사별 상속 지분의 41.7%, 신영자 전 이사장이 33.3%를 상속받았다.
신 씨는 5월14일(변동일 기준) 2만2899주 매도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17차례 매도와 8차례 매수 등 25차례에 걸쳐 주식을 사고팔아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신 씨의 롯데쇼핑 보유주식은 29만7653주(1.05%)에서 8만7643주(0.31%)로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를 위한 매도를 알려졌다.
신 씨의 롯데쇼핑 지분은 0.74%에서 상속에 따라 1.05%로 늘었다가 이번 매각으로 0.31%로 낮아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 씨가 주식을 사고팔고 반복한 것에 “개인 투자자를 농락했다”며 부적합했다고 지적한다.
불닭볶음면으로 고공행진 중에 있던 삼양식품 주가도 고(故) 전종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의 딸 전세경 씨가 본인 소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에 하락세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24일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의 막내딸인 전 씨가 본인 소유 삼양식품 주식 1만4500주 전부를 주당 50만2586원에 장내 매도했다고 18일 공시했다. 매도 규모는 총 72억8749만원 규모다. 이로써 전 씨의 지분은 기존 0.19%에서 0%가 됐다.
삼양식품은 불닭 글로벌 열풍에 힘입어 지난 18일 71만2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70억원대 전량 매도 소식에 64만원대까지 떨어지면 하락세로 접어들기도 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대주주에 해당하는 전 씨가 이미 한 달 전에 팔았는데도 불구 삼양식품의 ‘늑장 공시’로 인해 증시에 영향을 준 것에 불만을 제기한다.
다만 삼양식품 측은 “전세경 씨는 창업주의 5녀이기 때문에 특별관계자로 분류되었을 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며 “전 씨가 지난 5월 24일 보유주식을 매도했는데, 회사가 전 씨의 매도 시점을 인지한 것은 5월 28일이다. 이에 따른 공시를 하려면 서류 및 내부 승인 절차 등을 거쳐야 하는데, 전세경 씨가 해외에 체류 중이라 시차 등으로 인해 소통이 바로 안 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삼양식품 측은 6월 초(6~9일) 휴무 등을 고려했을 때 12영업일 동안 준비해서 최대한 지체없이 공시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자별 주가를 분석했을 때, 전 씨의 주식 매도 공시 후 삼양식품의 주가 하락 현상이 생겼다고는 결론짓기 어렵다”며 “실제 전 씨가 매도한 5월 24일 종가는 50만1000원이었고 이후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며 지난 21일은 70만원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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