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무슨 생각이었을까. 등판 전날 술자리에 나간 모습이 포착됐다. 잘하기라도 했으면 또 모른다. ‘참사’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뿐이다. 올해 부진하니 문제다. 달라져야 한다. 롯데 나균안(26) 이야기다.
시즌 전만 해도 롯데 선발진은 리그에서도 상위에 꼽혔다. 애런 윌커슨-찰리 반즈 외국인 듀오에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있다. 나균안은 확실한 4선발이라 했다. 5선발 이인복도 기대를 모았다.
시즌 개막 후 꼬였다. 반즈는 부상으로 긴 시간 자리를 비운 상태다. 박세웅도 평균자책점 5점대다. 이인복은 부상과 부진으로 밀렸다. 김진욱의 성장이 위안이지만, 선발진에 구멍이 꽤 크게 뚫렸다. 롯데가 하위권에 처진 이유다.
나균안이라도 잘했으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다. 지난해 보여준 것이 있다. 6승 8패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평균자책점이 3.80이다. 데뷔 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됐고,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병역 혜택은 덤이다.
올시즌 더 잘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14경기에서 2승 7패, 평균자책점 9.05다. 두 차례 퀄리티스타트(QS)가 있는데, 마지막이 4월21일이다. 5회 이전 강판이 7경기나 된다.
특히 25일 홈 KIA전에서는 1.2이닝 8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2회도 채우지 못했는데 투구수가 무려 83개다.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날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목격담까지 나왔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은 나균안이 2회 교체되면서 내려올 때 야유를 보냈다. 싸늘한 팬심을 확인한 셈이다.
보란 듯이 호투했다면 차라리 문제가 덜했을 수도 있다. 결국 실력으로 증명하는 게 프로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비판이 거센 것도 그리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프로야구선수는 성인이다. 선수의 사생활까지 구단이 관여할 수는 없다. 이는 곧 선수 스스로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나균안은 억울할 수 있다. 팬들 눈에는 ‘부진한 선수가 자기관리도 안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23년 나균안이라면 상황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24시즌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스프링캠프 당시 “지난해 했던 것과 똑같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섬세하게, 더 확실히 준비했다”고 했다.
한껏 기대를 품었는데 실적이 안 나온다. 김태형 감독은 “그래도 나균안은 선발에서 해줘야 할 선수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이 믿음을 나균안 스스로 걷어찬 모양새다. 팬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직 젊은 선수다. 야구가 올해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달라져야 한다. 아직 2023년에 살고 있다면 빨리 깨야 한다. 롯데 팬들의 응원과 지지는 언제나 뜨겁다. 그것도 열심히 하고, 잘할 때 받을 수 있는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