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이후 문체부와 ‘공개 토론’ 제안

[스포츠서울 | 진천=황혜정 기자] ‘국정농단’ ‘블랙리스트’ ‘선거 개입’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작심 발언을 길게 이어갔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발언과 문체부의 언론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에 우선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개막 D-30 미디어데이’에서 문체부의 행보에 대해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뒤에 스타 선수들(황선우, 김제덕)이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를 향해 작심한 듯 격양된 어조로 발언을 이어갔다.

이 회장은 “(문체부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20일 유인촌 장관은 김연경 등 전직 국가대표가 참석한 여자배구 국가대표 은퇴선수 간담회에서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구기 종목이 여자 핸드볼 뿐일 정도로 구기 종목 전체가 부진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유 장관은 “각 종목 단체와 지역 체육회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 직접 교부하겠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는데, 대한체육회 입장에선 주도권을 빼앗아 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때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제압할 때 쓰던 방식”이라며 “(예산 직접 교부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반하는 것이다. 직접 교부하면 직권 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데이가 열리기 직전에는 문체부가 지난달 국가대표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과 관련해 체육회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 회장은 “검찰의 수사 의뢰 보도가 미디어데이를 하는 날에 나왔다. 3년 전 일을 지금에야 고발했는지 모르겠다. 입찰 경쟁 업체가 투서한 것이며 기획재정부의 조사를 거쳐 문체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바로 잡으면 되는데 보도 시점이 이해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까지 한 달 남았다. 이 회장도 올림픽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올림픽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아 모든 역량을 올림픽에 맞춰야 한다. 올림픽 가는 선수들의 기량이 비슷비슷해 의외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사기 진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시점에서 문체부와 전면전을 잠시 유보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

그간의 갈등을 올림픽 이후에 대화하자고 제안도 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체육회 회장 선거에 개입하는 수작이란 말도 나온다. 여러 징후가 있지만, 일단 올림픽에 전념하겠다”라는 이 회장은 “대회가 끝나고 체육 개혁에 관해 문체부와 공개 토론을 제의한다. 논의의 장을 만들어 미래 체육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 공청회나 청문회 등을 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마무리했다.

한국 선수단은 27일 현재 21개 종목 140명이 파리행 출전을 확정지었다. 단체 구기 종목의 부진으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의 최소 인원을 파리에 파견한다. 33회를 맞는 파리 올림픽은 다음달 27일 오전 2시30분 성대한 막을 올린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