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양=김민규 기자] 낯설었다. 그동안 e스포츠대회 및 현장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 이어졌다. 홈·어웨이 방식은 물론 치어리더와 함께 열띤 응원전까지 그야말로 프로야구 경기를 방불케했다. ‘지속성’이 관건이다. 국내 대표 e스포츠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처음 시도한 ‘T1 홈 그라운드’ 얘기다.
‘T1 홈 그라운드’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소노아레나에서 열렸다. LCK 서머 정규리그 최초로 별도 경기장에서 T1 홈 경기로 치러졌다. 2021년 LCK 프랜차이즈 도입 이후 첫 시도다.
목표는 명확하다. ‘응원 문화 활성화’다. 이동통신사 라이벌 T1과 KT의 뜻이 맞아 떨어졌다. LCK 최고 볼거리 중 하나로 꼽혔던 이동통신 ‘맞수 대결’이 펼쳐졌다. 빅매치 다운 풀세트 접전이 응원 열기를 더욱더 달궜다. KT가 적진에서 승전고를 올렸다. ‘패·승·승’ 역전 드라마로 ‘서머의 KT’가 깨어났다.
결과보다 ‘T1 홈 그라운드’가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행사에는 약 7000명의 팬과 함께 했다. 전 좌석 매진. 여기에 프로야구 등 정통 스포츠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치어리더 공연, 선수별 응원가와 다양한 이벤트가 한데 어우러졌다. 카드 섹션, 대형 천막 등 A매치(국가대표)에서나 나올 법한 퍼포먼스로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T1은 하이브와 함께 제작한 LED 응원 팔찌로 변화무쌍한 화려한 응원을 펼치기도 했다.
시구·시타와 비슷한 상황도 더해졌다. 본 경기에 앞서 배우 박보영이 깜짝 등장해 홈 팀 T1을 응원하며 선수들에게 장미를 전달했다. 가수 에일리는 애국가를 제창, 행사 열기를 더했다. e스포츠 역사에 새 페이지를 연 셈이다.
수원에서 온 T1 팬 이지한(27)씨는 “T1을 응원하러 왔다. 사는 곳이 수원이라 사실 야구는 KT 팬”이라고 귀띔하며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하고 노래를 따라부르다 보니 야구장에 온 기분이 들었다. LCK 직관 때는 보통 조용히 경기만 봤는데,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이런 경기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가능성은 증명했다. 일각에선 ‘LCK’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바꾸면 된다. 팬과 더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LCK만의 새 응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신호탄은 쐈다. 지속적인 실천을 위해 LCK와 10개 팀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