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솔트레이크시티=김용일 기자] “정말 많이 울었다.”
조유민(알 샤르자)은 쓰러지는 순간 직감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발바닥 상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좋지 않았다. 다만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직전에 치르는 소중한 평가전에서 온 힘을 쏟고자 했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월드컵 본선은 운명처럼 닿지 않았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월드컵 사전 캠프지인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서 치른 트리니다드토바고와 A매치 평가전에서 우측 발바닥 족저근막 기시부 부분 파열 부상으로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은 조유민은 본선에 가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당시 스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격한 그는 후반 초반 상대 돌파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오른 발목 부위를 삐끗하며 쓰러졌다. 별다른 충돌 없이 공을 빼앗았는데, 발에 이상을 느꼈다. 손을 들어 벤치에 신호를 보낼 정도였다.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조유민은 의무진으로부터 치료받다가 업혀 그라운드를 떠났다. 후반 9분 박진섭(저장)과 교체돼 물러났다. 그가 벤치로 향할 때 일부 동료는 “발바닥이냐”며 묻기도 했다. 그가 발바닥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했으나 경기 직후 라커룸에서 조유민은 눈시울을 붉혔다. ‘캡틴’ 손흥민(LAFC)을 비롯해 동료는 물론 축구협회 관계자까지 애타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대다수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다음 날 선수단이 휴식을 부여받고 외출을 시행했을 때도 조유민의 부상으로 태극전사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앞서 아내인 그룹 티아라 출신 소연과도 통화하며 그간 사정을 고백한 조유민은 숙소에서 마음을 정리했다. 그날 오후 홍명보 감독과 미팅을 통해 그간 어려움을 고백했다. 이 자리에서 부상을 받아들이고 월드컵 본선에서 동료의 선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첫 월드컵을 경험한 조유민은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에 교체 출전하며 월드컵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후 한동안 A대표팀과 멀어졌는데 2024년 9월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뒤 꾸준히 소집됐다. A매치 19경기를 뛴 그는 홍명보호에서만 12경기를 소화했다. 붙박이 주전은 아니나, 속도와 예리한 태클 능력으로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홍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1996년생인 그는 ‘수비의 핵’인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비롯해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턴) 등 대표팀 내 동갑내기 주력 세대와 다시 월드컵 무대를 바라봤다. 조유민은 친구,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붙임성이 좋아 대표팀에서 분위기메이커 노릇도 한다. 트리니다드전 당일 황인범은 “좋아하는 친구여서 (부상 상태가) 더 많이 신경 쓰인다”며 “월드컵을 앞두고 상심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조차 힘들어 해줄 말이 없더라. 검사 결과가 괜찮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 다르게 불의의 부상으로 조유민은 사전 캠프지에서 짐을 싸게 됐다.

1일 축구협회 인사이드캠 영상에서 조유민은 대표팀 숙소에서 목발을 짚고 홍 감독을 비롯한 구성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숙소 로비에 모인 동료와 포옹하고 인사한 그는 미소를 보이다가 결국 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조유민은 “이번 월드컵을 정말 후회 없이 준비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래도 후회가 남고 아쉽다.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고,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팀에 오는 안 좋은 불행은 제가 다 가지고 한국으로 가고, 준비한 간절함만 두고 갈 테니 더는 아무도 부상 없이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이루고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조유민의 대체 선수로는 소집 기간 훈련파트너로 참여한 조위제(전북 현대)가 발탁됐다. 태극전사 26인은 4일 오전 10시 엘살바도르와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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