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치동 사교육’이 방송가를 점령하고 있다. 단순히 드라마의 소재를 뛰어넘어 대놓고 일타강사가 성적을 올려주는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일타강사’를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 스타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채널A ‘성적을 부탁해’가 선보인 ‘기적의 도전 30일’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타강사에게 교습을 받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현장 강의를 들으려면 새벽부터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하는 일타강사를 1:1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렸다. 모집 사흘만에 지원자 100명을 가뿐히 넘겼다. 인기에 힘입어 ‘성적을 부탁해’는 지난 달 30일부터 시즌2격인 ‘티처스’를 방송중이다.

방송은 한 달 안팎의 기간동안 성적 향상을 약속한다. 강사의 말 한마디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정승제 강사의 발언에 어두웠던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반면 강사와 제작진은 내용에 집중해달라는 입장이다. 정승제 강사는 “선행학습 없이도 제대로 공부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교육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승훈 CP는 “학부모와 학생, 가족을 위해서 진정성 있게 기획한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달 30일 종영한 tvN 드라마 ‘졸업’도 ‘대치동 사교육’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특히 현직교사 출신으로 학원강사로 이적한 표상섭(김송일 분) 선생의 극중 강의가 화제가 됐다.

대치동 현장 강의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문예사조 강의에 온라인에서는 “현직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것 같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그들만의 리그’로 꼽히는 대치동 사교육계를 세밀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다.

이미 수백억대 연봉을 받는 ‘일타강사’를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청해 ‘스타화’ 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MBC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한국사 전한길 강사는 “5년간 빚 25억원을 갚고, 세금만 100억원 넘게 냈다”며 ‘사교육’으로 일군 부를 공개했다.

석사 논문 표절로 방송에서 하차했던 한국사 설민석 강사도 MBC ‘강연자’로 4년 만에 복귀해 설민석표 강의를 다시 보여줄 전망이다.

‘대치동 사교육계’를 향한 방송가의 러브콜에 사교육계는 우려를 표했다. 제작 의도와 다르게 ‘대치동=만병통치약’이라는 대중에게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치동 입시 컨설턴트는 “대치동은 지역 프리미엄이 너무 강해졌다. 지역에 있는 학생들은 대치동을 가지 않으면 좋은 대학에 못간다는 불안감마저 있다”며 “스타강사들의 방송 출연이 지역간 교육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쇼닥터’ 사례처럼 검증되지 않은 강사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쏟아질 수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교육 강사를 내세우는 방송은 결국 사교육 홍보 효과로 이어진다”며 “방송이 ‘성적 향상’을 호언장담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사교육 열망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