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방식 수백 명의 피해자 양산, ‘180억’ 전세 사기범 징역 15년 ‘법정 최고형’
■양형위, 전세 사기·보험사기·보이스피싱 등 양형 기준 신설 논의…8월 심의
[스포츠서울 | 김수지 기자] 최근 보이스피싱, 부동산 사기 등 서민 대상 재산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180억 원대의 전세 사기를 저지른 50대가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앞으로 사기 범죄 양형 기준에 변화가 예고된다.
부산지법 형사항소 4-1부는 지난 20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형량인 징역 15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심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지만,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라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인은 지난 2020년부터 부산 지역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건물 임대사업을 하면서 229명의 피해자에게 전세보증금 총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1심 재판부는 범죄의 중대성과 그로 인해 야기된 사회적 해악, 회복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고통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13년형보다 더 높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대륜 손수연 변호사는 “지금은 경제범죄 특히 사기죄에 있어 피의자 피고인이 피해액이 높아도 초범인 경우 피해회복을 하지 않더라도 집행유예는 나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제는 실질적 피해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초범이라도 실형도 고려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에게는 사기 범죄자 처벌 강화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실제 피해 회복의 길이 열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13년 만에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손보고 처벌 강화를 논의한다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지난 4월 전체 회의를 통해 사기 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1년 설정, 시행된 사기 범죄 양형 기준에 대한 수정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보험사기, 보이스피싱, 코인·다단계 사기, 부동산 사기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아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기존 사기죄 형량의 경우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 원이 넘을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특경법상 사기에 따른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손해액이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범죄에 기본 5~8년을 선고하게 돼 있다.
특히, 보험사기의 경우 지난 2018년~2022년 선고된 구공판 사건이 6209건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 사건명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로 집계됐다. 하지만 처벌은 일반 사기에 비해 벌금형 비율이 5배가 넘는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다.
또한, 보이스피싱 역시 서민들을 노린 범죄로 조직적으로 행해지고 피해 역시 큰 편에 속한다.
양형위는 “부동산 사기나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 범죄가 늘면서 조직적 사기 유형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높다”라며 “사기 범죄 양형기준은 2011년 설정·시행 이후 권고 형량 범위가 수정되지 않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양상이나 국민 인식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일반 사기보다 조직적 사기의 권고 형량 범위를 수정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강화된다면 서민 피해 범죄와 관련해 그간 내려졌던 솜방망이 처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양형위는 오는 8월 12일 사기 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공개청문회를 거쳐 내년 3월 각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sjsj112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