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경찰서 앞에 선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여전히 당당했다. 억울함을 토로하며 항변했지만, 방긋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오히려 승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민 대표는 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피고발인 조사에 임했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민 대표는 뉴진스 공식 굿즈 티셔츠에 야구모자를 눌러 쓰고 나타났다. 예고없이 경찰 출석한 민대표의 등장에 취재진도 적지 않게 놀랐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업무상 배임이 말이 안 된다”라고 간단하게 답한 뒤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4월 26일 민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의 어도어 내 경영권 탈취를 기도했다고 판단,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민 대표를 고발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당시 경영자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고 어도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의도를 확신했지만, 민 대표는 두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찬탈을 계획한 적도, 의도한 적도, 실행한 적도 없다”며 반박해 왔다.

민대표는 고발장 접수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입장을 공표했으며, 어도어 임시주총 소집에 앞서 하이브의 의결권을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5월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민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가처분 재판부는 “현재까지 제출된 하이브의 주장 및 자료만으로 민 대표에게 해임 및 사임 사유가 존재한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민 대표가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판단했다.

다만 “민 대표의 행위는 하이브에 대한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을지언정 어도어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직무에 관한 부정행위’ 또는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에 하이브는 어도어 임시주총에서 민 대표 해임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다른 경영진은 물갈이하는 데 그쳤다. 민 대표는 현재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직 방어에 성공한 민 대표는 이후 뉴진스의 한국, 일본 컴백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 6월 26, 27일 이틀간 도쿄돔에서 뉴진스 팬미팅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재판부가 배임을 소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동시에 뉴진스 팬미팅도 성대하게 치뤄지고 대중의 반응도 뜨거워지면서 민 대표는 더욱 자신있는 태도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민 대표는 지난 5월 열은 기자회견에서 “배신과 배임은 경영적인 판단에는 인과관계가 별로 없다. 회사는 친목을 위해 다니는 집단이 아니다. 경영인은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내에 어느정도 수익을 내게 했고, 어떤 이익을 줬느냐가 배신감을 들게 하느냐 아니냐가 척도가 되야할 거 같다”면서 수익을 많이 낸 자신이 배임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당당한 민 대표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비록 배임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지만, 배신적 행위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만큼 양심적인 부분에선 문제가 있음에도 너무 당당하다는 것이다.

민 대표가 첫 소환조사에 나선 가운데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는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