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당=정다워 기자] 광주FC가 낳은 엄지성(22)은 이제 잉글랜드 무대에서 새 꿈을 펼친다.
엄지성은 잉글랜드 챔피언십 소속의 스완지 시티로 이적한다. 11일 영국 런던으로 출국해 정식 계약하면 유럽에서의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출국 하루 전 스포츠서울과 만나 인터뷰한 엄지성은 “비행기 티켓을 보고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떨린다. 비행기에서 내려 스완지로 향하면 정말 떨릴 것 같다. 이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뭐가 뭔지 아예 모른다. 심지어 스완지는 (기)성용이형이 뛸 때 인상 깊게 본 팀이다. 성용이형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기대감이 크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가 어려운 시기인데 떠나는 마음이 불편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그만큼 가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두려움보다 자신감으로 도전”
엄지성은 광주 산하 유스팀인 금호고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재능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그는 K리그 통산 80경기에 출전해 11골7도움을 기록하며 착실하게 성장했다.
엄지성은 “1년 차부터 이야기했던 목표를 하나씩 이루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려움보다 자신감이 더 크다. 잉글랜드 무대도 쉽지 않겠지만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 피지컬적인 면에서도 걱정은 없다. 연령대 대표팀에서 만난 해외 선수들과는 늘 할 만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면 충분히 통한다고 믿는다. 스완지가 조용한 도시라고 하는데 원래 집돌이라 적응에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단기 목표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작은 목표를 이루면 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일단 스완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공격포인트는 10개 정도를 기록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박지성과 이름이 같은 엄지성은 “잉글랜드에서 또 다른 지성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다. 유니폼에 ‘지성엄’이라고 세기면 사람들이 박지성 선배를 떠올리지 않을까.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정효 감독님 품을 떠나는 게 아쉽다”
지금의 엄지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는 단연 이정효 감독이다. 엄지성은 “3년간 감독님 밑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 덕분에 성장했고, 유럽도 가게 됐다”라며 이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마지막에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감독님께서 스완지 경기를 보고 계시더라. 전술 없이 뻥축구를 하는 팀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마음 편히 보낸다고, 잘 적응할 것 같다고 덕담도 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감독님 품을 떠나는 게 정말 아쉽다”라고 말했다.
먼 훗날 엄지성은 이 감독과 다시 만날 날을 그린다. 그는 “나도 성장하겠지만 몇 년 후면 감독님도 지도자로서 성장하실 것이다. 그땐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할지 상상이 안 된다. 정말 기대가 된다.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감독님과 꼭 다시 한번 함께하고 싶다”라는 소원을 이야기했다.
더 가까이 가지 못한 것도 내심 아쉽다. 엄지성은 “(이)희균이형은 감독님께 농담도 하고 정말 편하게 잘 지낸다”라면서 “사실 나도 늘 감독님께 가까이 가고 싶었는데 늘 무섭고 어려운 존재였다. 희균이형이 늘 부러웠다. 그래도 마지막에 악수도 하고 안아주셨는데 뭉클했다. 감동했다”라고 돌아봤다.
광주에 대한 애착도 잊지 않았다. 엄지성은 “어려운 시기에 떠나 죄송하다. 늘 응원할 것이고 지켜볼 것이다. 어렵게 보내주신 만큼 보답하겠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흥민이형과…”
당장은 스완지에 안착하는 게 중요하지만 어린 만큼 엄지성은 나름대로 큰 꿈도 품고 있다. 바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해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등 내로라하는 선배와 맞대결하는 것이다.
엄지성은 “내 아이돌은 흥민이형이다. 어린 시절부터 흥민이형을 보고 자랐다. 스완지에서 승격해 다음시즌에는 흥민이형을 적으로 상대해보고 싶다. 경기 후에는 유니폼도 교환하고 싶다. 희찬이형과도 꼭 만나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유럽파가 된 만큼 A대표팀 꿈도 커진다. 그는 “(이)강인이형과 함께 뛰면서 저 정도는 돼야 유럽도 가고 대표팀도 되는구나 싶었다. 아예 다른 레벨의 선수였다”라면서 “나도 유럽에서 더 많이 성장해 흥민이형이나 강인이형과 함께 뛰고 싶다. 그 위치에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목표를 꺼냈다.
잉글랜드에서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또래인 배준호(21·스토크 시티)와의 맞대결이다. 배준호는 지난해 스토크 시티로 이적해 구단 올해의 선수에 등극하는 등 유럽 무대에 먼저 정착했다. 2024~2025시즌에는 엄지성과 배준호가 챔피언십 무대에서 격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엄지성은 “준호와는 연락을 주고받았다. 영국에서도 만나기로 했다. 정말 기대가 된다. 한국 선수가 유럽에서 맞대결하는 게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지 않나.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준호와 연령대 대표팀에서 뛰며 골을 합작한 기억도 있다”라면서 “준호는 나에게 동기부여의 원료가 되는 선수다. 나보다 어린데 일찍 유럽에 갔고, 대표팀에 데뷔해 골도 넣었다. 준호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나도 발전하겠다”라는 각오를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