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현진기자] 여름철 대표 보양식 삼계탕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물가 때문이다. 올여름엔 집에서 삼계탕을 직접 해먹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초복인 15일을 앞두고 전통시장에서 삼계탕(4인 가족 기준) 재료 7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3만2260원으로 1인분에 약 8000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5년 전 대비 26.3% 오른 가격이지만 지난해의 3만4860원과 비교하면 약 7.5% 내린 것이다. 또한 올해 기준 전통시장과 슈퍼마켓, 그리고 대형마트를 비교해 본 결과 슈퍼마켓은 전통시장보다 30.7%, 대형마트는 34.4% 더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재료 중 작년 대비 두 품목이 올랐는데 추수철인 가을이 오기까지 재고량이 감소한 찹쌀과 최근 무더위와 잦은 비로 생육환경이 나빠진 대파 가격이 조금 올랐다. 그러나 다른 4개 품목은 가격이 동결됐고 삼계탕의 핵심 재료인 영계 가격이 내리며 삼계탕 재료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영계(닭고기)는 최근 폭우로 닭 수십만 마리가 폐사했지만 초복을 앞두고 공급량을 늘린 데다 지난 겨울 방역이 잘 이뤄진 덕분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건수가 크게 줄어들어 올들어 계속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복 시즌 특수로 수요가 상승해 가격이 조금 오를 순 있지만 가장 수요가 몰리는 초복이 장마 기간과 겹친 데다가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큰 가격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삼계탕 한 그릇 가격에는 단순 재료비 외에도 인건비나 임대료 등 기타 요소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식당에서 먹는 삼계탕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예전엔 전복, 낙지 등이 들어간 특수 삼계탕쯤 돼야 2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금(金)계탕’ 대접을 받았는데 지난해부터 유명식당의 경우 일반 삼계탕이 2만 원대로 올라섰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팀장은 “2018년 이후 매년 삼계탕 재료 가격을 조사하면서 전년 대비 물가가 하락한 것은 처음”이라며 “올해는 재료를 준비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슬기로운 몸보신 방법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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