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역대급으로 어수선하게 기억될 황당한 개막식이다.
26일 프랑스 파리 센강 일대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경기장 밖 개막식’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예술의 도시 파리의 중심에서 선수단이 선박을 이용해 등장하는 신선한 도전은 시도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시작은 괜찮았다. 오후 7시30분 시작한 행사에 프랑스의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대형 모니터에 등장하자 센강에 운집한 인파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어 그리스 선수단이 1번으로 배를 타고 등장하자 퍼레이드가 시작되는 A구역의 ‘텐션’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여기까지였다. 경기장 밖 개막식의 한계는 뚜렷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A구역을 지나며 큰 환호를 받은 선수단은 뒤늦게 모니터에 잡혀 소개됐다. 시간 차로 인해 분위기는 느슨해졌고, 집중도도 크게 떨어졌다. 행사를 시작할 때의 텐션은 오래 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대표곡 ‘민중의 노래’가 뜬금없는 타이밍에 울려 퍼졌고, 이어 오페라 카르멘의 ‘집시의 노래’가 등장했지만 센강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설상가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많은 인파가 악천후를 견디지 못하고 행사 도중 귀가했다.
현장 통제는 사실상 엉망이었다. 주먹구구식 검문은 목적을 잃어버린 듯했고,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주변 교통이 모두 통제되어 아비규환을 이뤘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실수까지 나왔다. 방송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의 명칭인 ‘“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를 외쳤다. 한국은 콩코, 쿡제도, 코스타리카 등과 함께 48번째로 등장했다. 반면 북한은 포르투갈, 카타르와 한 배에 타 153번째로 나타났다. 앞뒤로 간격이 큰데 행사를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정확한 정보도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외국인이 한국과 북한을 헷갈리는 일은 종종 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세계적인 행사에서 국가의 명칭을 잘못 부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황당하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초대형 실수였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장미란 문체부 차관과 이기흥 회장이 27일 오후 메인프레스센터를 찾아 이 실수에 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정부,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