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머리도 훌쩍 벗겨졌다. 젊은 시절 멋드러진 모습은 온데간데 없지만 음색과 패기만큼은 그대로다.
지난 26~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는 ‘브리티시록’의 대부로 꼽히는 두 유명 밴드가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공연을 가졌다. 밴드 오아시스의 맏형 노엘 갤러거와 밴드 트래비스다.
두 밴드 모두 한국과 인연이 각별하다. 노엘 갤러거는 2006년 오아시스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떼창문화’에 반해 2009년 팀 해체 후에도 꾸준히 내한공연을 가졌다. 동생 리암 갤러거보다 더 한국팬에 진심이다.
딸까지 대동한 이번 공연은 그의 10번째 내한 공연이다. 그는 공연에 앞서 자신의 SNS에 서툰 한국어로 인사말을 남기기도 했다. 전세계 순회공연을 다니는 노엘 갤러거지만 그가 외국어 인사말을 남기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킨텍스 1전시장 1,2홀에서 열린 내한공연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 라이브 인 코리아’(NoelGallagher‘s High Flying Birds Live inKorea)은 단 하루만에 1만 8000여 관객이 운집했다. 지난해 11월 명화라이브홀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사흘에 걸쳐 1만 8000여 관객이 관람한 것과 타이 기록이다.
MD상품은 매대에 진열된 일부 샘플을 제외하면 완판됐고 공연을 마친 뒤에는 킨텍스에서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지천명 영국 록커’가 한국 MZ들의 우상으로 재림했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니다.
바로 다음날 킨텍스 2전시장에서 열린 해브 어 나이스 트립’의 헤드라이너 트래비스 역시 ‘브리티시록’을 대표하는 스타다. 트래비스는 노엘 갤러거와도 각별하고 그룹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이 자신에게 영감을 준 스타로 꼽기도 했다.
이들은 2008년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참가한 후 2009년 단독콘서트로 내한했다. 당시 히트곡 ‘클로저’를 부를 때 한국관객이 준비한 종이비행기 이벤트에 감명받아 이후 꾸준히 한국을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2013년, 2014년, 2016년까지 꾸준히 내한공연을 가졌다. 마지막 공연 때 성성한 백발에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으로 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보컬 프랜시스 힐리는 8년만의 만남에서 붉게 물들인 헤어스타일 등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섰다.
외모는 달라졌지만 목소리와 관객의 진심만큼은 그대로였다. 관객들은 한 목소리로 “프란”을 외쳤고 프랜시스 할리는 그런 MZ관객들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다소 무뚝뚝한 노엘과 달리 프랜시스 할리는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흔들어달라며 관객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MZ관객들은 한술 더 나아갔다. 그가 ‘클로저’를 부를 때 미리 준비한 종이비행기 이벤트를 펼쳤다. 휴대전화 불빛이 반딧불처럼 어두운 공연장을 밝히는 가운데 하얀 종이비행기가 무대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멤버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 즐거운 미소를 띄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 2010년대 중반 한국 여름을 강타했던 록페스티벌이 힙합 페스티벌에 자리를 내줬지만 팬데믹을 겪은 뒤 다시금 부활했다. MZ세대들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큰 사랑을 받았던 브리티시 록에 경의를 표했다. 좋은 음악은 시간과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기 마련이다. “록 윌 네버다이”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