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은 ‘태극 마크’의 자격을 증명했다.
여자양궁대표팀의 맏언니 전훈영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결승 중국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세트 점수 5-4(56-53 55-54 51-54 53-55 29-27) 승리 및 금메달 획득을 이끌었다.
8강부터 결승까지 1번 궁수로 나선 전훈영은 특히 결승전에서 팀을 이끌었다. 슛오프를 포함해 총 9발을 쐈는데 그중 무려 6발이 10점이었다. 살 떨리는 슛오프에서도 전훈영은 10점을 쐈다. 에이스 임시현이 8점을 세 번이나 쏘며 흔들리는 상황에서 전훈영이 중심을 잡았다. 우승의 일등 공신이었다.
전훈영의 활약으로 한국 여자양궁은 10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단 한 번도 챔피언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며 양궁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전훈영은 무명에 가까웠던 선수다. 1994년생으로 서른 줄에 접어들었지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는 선 적이 없다. 안산이나 강채영 같은 간판선수들이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전훈영이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여기에 막내 남수현까지 깜짝 발탁되면서 자연스럽게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시현을 제외하면 큰 무대 경험이 없는 선수 둘이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었다.
우려를 뒤로 하고 전훈영은 자신감 있게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달 16일 출국 인터뷰에서 전훈영은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올림픽 경험은 없지만 월드컵부터 착실하게 잘 준비했다. 걱정하지 않는다.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면 목표를 다 이룰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근거 없는 발언이 아니었다. 전훈영은 결승전 맹활약으로 금메달을 직접 따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나며 자신이 왜 파리에 왔는지 증명했다.
결승전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전훈영은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났지만 너무 행복하다”라면서 “10연패라는 목표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첫 메인 대회 출전이라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다.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됐다. 그래서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전훈영 자신도 ‘무명’에 가까운 자신의 존재에 부담을 느꼈다. 그는 “나라도 우려가 될 것 같다”라며 웃은 뒤 “진짜 못 보던 선수 아닌가. 하지만 그 짧지 않은 선발전, 평가전을 다 뚫고 내가 들어왔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어떡하나”라며 모든 선발 과정을 통과한 자신이 올림픽에 올 수밖에 없었다며 여유롭게 말했다. 이어 전훈영은 “공정하게 선발된 것이니 걱정과 우려가 있어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만 하며 준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훈영은 8강에서 10점을 단 한 발밖에 쏘지 못했다. 4강에서는 4발로 늘어났고, 결승에서는 단 세 발 빼고 모두 중앙에 적중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올라오는 모습이었다. 슛오프에서 쏜 마지막 화살은 라인에 걸쳐 일단 9점으로 기록됐다, 경기 후에 10점으로 정정됐다.
전훈영은 “사실 자신감은 8강부터 있었는데 잘 안 맞았다. 조준기를 맞춰갔는데 그냥 하던 대로 하자고 생각했다”라며 “마지막 슛오프 때는 걸친 게 보여 10점이라는 것을 알았다. 믿고 하자고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