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데뷔 40주년. 누구나 쌓을 수 있는 금자탑이 아니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대중 곁에서 호흡하며 변함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톱스타만이 데뷔 40주년을 기념할 수 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디바 이선희가 역사적인 날 고개를 숙였다. 진심을 다해 반성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혹자는 이미 1년이나 지나 대중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사건을 왜 굳이 상기하냐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선희는 달랐다. 실수를 인정하고 겸허히 반성하는 것이 장시간 자신을 사랑한 팬들에게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굳이 언론에 사과문을 배포했다.

이날 이선희가 배포한 사과문은 짧았지만 그의 고뇌와 진심이 읽혔다. 지난해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이선희의 개인 법인 회사였던 원엔터테인먼트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수사기관은 다른 내용은 문제가 없지만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법인카드 사용내역 일부가 업무상 사용 증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선희는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다.

미미한 처벌이다. 매일 핵폭탄급 사건이 터지는 연예계에서 후크 엔터테인먼트 사건은 이미 지나간 과거다. 그럼에도 이선희는 반성문을 썼다.

그는 “40년 전 오늘 강변가요제라는 무대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을 처음 만났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가수라는 공인으로 살면서 누구보다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함 없이 매사를 철저히 해야 했는데 잘 모른다는 핑계로 놓친 것들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40년간 제 노래로 위안받고 희망을 얻었던 많은 팬 여러분들을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고 거듭 사죄했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연일 ‘법인카드사용내역’을 놓고 시끄럽다.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날 이선희의 사과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당사자인 이선희는 “앞으로는 노래하는 가수 이선희로서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도록 하겠다”며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데뷔 40주년 기념일에 반성문을 썼다는 것.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했다는 것만으로 그는 진짜 여왕의 품격을 보여줬다. 어른의 참자세란 이런 것이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