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올림픽 e스포츠를 따로 한다니, 무슨 헛발질인가 싶다.”
수십년간 e스포츠업계에 종사해 온 관계자의 진심 가득한 푸념(?)이다. 무엇 때문일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달 25일 파리에서 열린 제142차 IOC 총회에서 집행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올림픽 e스포츠 대회’ 창설을 결정했다. 또한 IOC는 2025년 초대 올림픽 e스포츠 대회 개최장소를 사우디아라비아로 확정했다.
IOC가 올림픽 타이틀을 붙여 e스포츠 대회 개최를 승인한 것은 스포츠로써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하계 올림픽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대회로 개최하기로 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IOC는 2020년 비전발표를 통해 ‘지속가능한 올림픽 유산’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도쿄와 베이징, 파리로 이어진 올림픽은 지속가능성에 물음표만 잔뜩 남기고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미숙한 대회 운영부터 선수촌 문제, 치안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구촌 대축제’란 미명 아래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행정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자연스레 세계인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그들만의 스포츠 축제’에 박수를 치지 않는다. 폐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파리 올림픽의 열기를 주도하는 것은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다. 이들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LoL), FC 온라인(축구) 등 e스포츠는 누구보다 친숙하다.
비단 선수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e스포츠는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필수 종목이다. 파리 올림픽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에라도 채택됐더라면 그 열기는 배가 됐을 수도 있다.
이미 성공 사례도 봤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47억 아시아인의 축제는 e스포츠를 통해 더 빛났고 기쁨과 감동이 배가 됐다. 스포츠의 한축으로써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스포츠 스타 중의 스타 ‘페이커’ 이상혁은 선수촌에서도 구름 팬을 불러다녔을 정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가 중심에 선다.
별도의 ‘올림픽 e스포츠 대회’는 사우디에서 열린다. 최근 수년간 사우디가 게임 및 e스포츠산업에 관심과 투자를 진행했을 뿐 아니라 이번 대회 창설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올해 사우디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을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EWC 자체가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더러 중계 및 현지 취재 등 여러가지 제한으로 인해 흥행조차 안 됐다. 접근성도 떨어졌다. 그런데 내년에 올림픽을 개최한다고 하니 반응은 냉담할 수밖에 없다.
복수의 e스포츠업계 관계자는 “아시안게임과 같이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 종목을 채택하고 세부종목을 논의해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 만약 하계 올림픽에 e스포츠가 포함된다면 충분히 흥행요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며 “별도의 올림픽 개최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IOC가 헛발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kmg@sportsse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