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완벽한 대반전이었다. 첫 10m 구간에서 최하위. 하지만 0.005초 차이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올림픽에서 가장 짜릿한 ‘10초’로 불리는 무대에서 미국의 노아 라일스(27)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라일스는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육상 100m 결승에서 9초784를 기록해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100m 최강자의 모습을 이어갔다. 미국 선수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100m 우승자가 됐다.

역대급 질주였다. 결승전에서 질주한 8명의 기록 차이가 0.12초에 불과했다. 사람의 눈으로 우승자를 가릴 수 없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닌 레이스였다. 초고속 카메라 판독 결과 라일스가 자메이카의 키샤인 톰슨을 0.005초 차이로 앞섰다. 몇차례 화면을 돌려야 우승을 판별할 정도로 치열했다.

시작은 최악이었다. 라일스는 첫 10m까지 최하위, 20m까지 5위에 불과했다. 최악의 스타트는 결과적으로는 근사한 반전을 만드는 장식품이 됐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라일스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냥 그렇게 보여주려 했다. 출발이 다가 아니다”며 특유의 허풍을 건넸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라일스는 늘 폭탄 발언으로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국 농구를 두고 “NBA(미국프로농구) 챔피언을 왜 월드 챔피언으로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은 “라일스의 한마디가 르브론 제임스를 포함한 NBA 최고 선수들을 올림픽에 집결시켰다. 미국이 특히 그렇다. 라일스가 미국 농구를 각성시켰다”고 평가했다.

경기 전 퍼포먼스도 화제다. 자신이 수집하는 유희왕 카드를 펼쳐보인 후 이를 유니폼에 넣고 질주한다. 카드에 그려진 캐릭터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펼칠 것을 예고한다. 유희왕 카드 수집가들에게는 라일스가 펼치는 카드가 흥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동기부여 방식도 독특했다. 라일스는 100m 결승에 앞서 “내 이름으로 된 신발을 원한다. 뛸 때 신는 스파이크가 아닌, 모든 이들이 신고 다니는 스니커즈를 원한다”며 우승을 통해 스폰서인 A사가 자신의 신발을 만들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스타로 올라선 라일스지만 시작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유년 시절 천식을 앓아 병원에 입원하곤 했다. 몸이 약해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재택학습을 했다.

라일스는 100m 우승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천식, 알레르기, 난독증, 부주의, 불안, 우울증을 앓고 살았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도 못한다는 법은 없다!’라고 적었다.

유년 시절과 파리 올림픽 100m 결승전에서 “출발이 다가 아니다”를 증명한 라일스다. 이제 라일스는 또 하나의 금메달을 바라본다. 오는 6일부터 주 종목인 200m에 나선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