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협회가 잘못한 내용이 있는지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세계 정상에 오른 후 폭탄 발언을 했다. 부상이 심각했으며 오전을 받았음에도 참고 경기를 뛰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표팀과 함께 하기 힘들다는 의사도 전했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의 한마디에 배드민턴 협회도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세계랭킹 9위)에 2-0(21-13 21-16)으로 승리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 여자 단식으로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금메달. 이번 올림픽 한국의 11번째 금메달이다.

그런데 이후 폭탄 발언이 나왔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무릎 부상을 안고 뛴 것과 관련해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오진을 받은 후 참고 경기를 했다. 올림픽에 나올 수 없던 부상이었다. 참고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도와줘 여기까지 왔다. 대표팀이 안일하게 생각했다. 많이 실망했다. 잊을 수가 없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은퇴를 의미하는 것인가?”라는 취재진을 질문에 안세영은 “얘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면서 “배드민턴 발전과 개인의 기록을 위해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앞으로 최고, 최대 이런 기록을 많이 써 내려가는 게 목표”라면서 선수로서 완전히 은퇴하지는 않는 듯한 뉘앙스도 전했다.

덧붙여 안세영은 “올림픽은 이변이 많은 대회다. 변수까지 생각하고 준비했다. 쉬지 않고 경기에 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의 방법이 틀릴 수도 있었지만 그걸 증명했다. 대표팀에 못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에 못 나가는 것은 야박한 것 같다”면서 “협회는 모든 걸 다 막는 것 같다. 배드민턴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안 나오는 것도 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배드민턴 협회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의 폭탄 발언에 배드민턴 협회도 당황한 모습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도 조금 당황스럽다. 협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선수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는 인터뷰를 했으니...”라며 “세계 최고 선수를 뒷바라지하는 데에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선수는 어쨌든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귀국 후에 안세영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 부분을 풀겠다. 지금 파리에서 당장 하기보다는 귀국 후에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협회가 잘못한 내용이 있는지 선수와 대화를 나누겠다. 선수도 고통스럽다고 했으니 우리 역시 선수와 직접 만나서 선수 얘기를 듣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다”며 “귀국 후 협회 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금메달로 안세영은 만 22세의 어린 나이에 그랜드슬램에 근접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챔피언에 등극했다. 1년 사이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셔틀콕 여왕의 자리를 공고하게 지켰다.

그런데 금메달을 목에 건 후 폭탄 발언을 남겼다. 배드민턴 협회와 안세영이 서로의 입장을 좁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