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연예계 ‘안세영’ 사건일까.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가 재계약을 앞두고 불필요한 갈등을 도출했다.

논란은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24 (여자)아이들 월드 투어 [아이돌] 인 서울’에서 불거졌다.

케이스포돔은 K팝 그룹에게 꿈의 무대로 꼽히는 곳이다. (여자)아이들은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처음으로 케이스포돔을 밟았다. 그러나 영광스러운 순간보다 주목받은 건 전소연 솔로 무대의 계약 종료를 예고한 가사였다. 이날 전소연은 ‘이즈 디스 배드 b****** 넘버?’ 솔로 무대에서 짧은 욕설과 함께 랩으로 “11월 계약 종료 누가 날 막아”라고 소리쳤다.

대형전광판을 통해 랩 가사가 공개되면서 현장의 팬들도 이 장면을 똑똑히 지켜봤다. 2025년 데뷔 7주년을 맞아 소속사와 재계약을 앞둔 가운데, 당사자인 전소연이 스스로 계약 종료를 언급한 것이다.

이후 소속사 큐브의 후속 대응이 팬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큐브 측은 멤버 전원의 재계약 시기는 11월이 아닌 내년이며, 전소연의 가사는 “회사와 사전 협의 없는 돌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아티스트를 보호하기보다 도리어 탓하는 소속사의 입장에 팬들은 분노했다. 특히 리허설 진행 과정에서 소속사가 모를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전소연이 등판했다. 그는 6일 SNS를 통해 “가끔은 너무 자극적으로 보이는 순간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작업물도 있지만 거짓말을 한다든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 한다든가 양심에 찔릴 만한 잘못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며 ‘11월 계약 종료’가 사실임을 암시했다.

이어 “어떠한 대응에 대한 우리 회사의 미흡함을 다시 한 번 느끼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며 회사를 저격했다.

소속사와 전소연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팬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고조됐다. 팬들은 재계약이 불발되면 (여자)아이들 활동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내비쳤다.

결국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6일 밤 큐브는 공식 SNS를 통해 전소연의 퍼포먼스가 돌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란 건 회사의 의견이 아닌 개인의 의견이라고 해명하며 전소연의 재계약 시기 역시 내년이 아닌 올해 11월이 맞다고 정정했다.

뒤늦은 해명에도 큐브는 매니지먼트 무능력과 아티스트 보호는 뒷전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부 팬들은 전소연이 계약 종료 시점을 언급한 것은 팬들의 불안감을 조성하며 다소 성급하고 배려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전소연은 그룹의 메인 프로듀서이자 리더다. (여자)아이들 팀의 색깔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늘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가 전소연의 강점이자 (여자)아이들의 특징이다. ‘계약 종료’ 랩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발언일 수 있지만 케이스포돔 입성이라는 뜻깊은 날 불필요한 퍼포먼스로 갈등을 표출하며 팬과 소속사, 그리고 그룹에게도 상처를 남겼다는 것이다.

소속사의 잘못된 대응까지 화를 키우면서 (여자)아이들은 차근차근 쌓아 올린 7년의 성장을 통해 얻은 ‘커리어 하이’의 의미가 퇴색됐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재계약 같은 민감한 사안을 앞둔 상황이라면 아티스트와 소속사 모두 조심했어야 하는데 서로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며 “해체를 발표하거나 멤버 일부가 소속사를 떠나도 ‘따로 또 같이’ 활동하는 선례도 늘고 있지만 소속사가 달라지면 이전만큼 의견 조율이 어려워 완전체 활동이 뜸해지기 때문에 팬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