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언책 (言責)이란 말이 있다. 말엔 책임이 따른다. 특히 주변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말을 할 땐 신중해야 한다. 소신을 지닌 발언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28년 만에 한국인 금메달리스트로 거듭난 안세영(22·삼성생명)의 이른바 ‘폭탄 발언’은 저격 대상인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애매한 진실 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세영은 금메달 획득 직후 부상, 대회 출전 등을 묶어 협회의 대표팀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까지 남겼다. 그러나 배드민턴협회는 7일 무려 10페이지짜리 반박문을 내놨다. ▲안세영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투혼과 국제 대회 출전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건 ▲대회 전 파리에서 발목을 다친 뒤 한의사 치료를 받은 상황 등을 쟁점으로 두고 날짜와 시간을 적시했고, 코치진의 자필 사인을 포함했다.

그런데 안세영은 최초 발언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귀국 전인 6일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한국에서 다 얘기할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7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엔 “아직 배드민턴협회와 얘기를 나눈 것이 없고 소속 팀과 상의한 것이 없다. 자세한 내용은 상의한 뒤 말씀드리겠다”며 세부 질문을 받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대중은 안세영이 정확하게 협회, 코치진 등으로부터 누구에게 어떠한 문제를 느꼈고 어느 시스템을 바로잡았으면 하는지를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모호하게 견해를 내놓고 말을 아끼다보니 최초 ‘부상 이슈’ 외에 다른 사안이 루머처럼 돌고 있다.

모두가 ‘안세영의 입’을 주시하면서 16년 만에 혼합복식 은메달을 따낸 김원호-정나은 등이 축하받지 못하고 우울하게 귀국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배드민턴 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본인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을 밝히려고 했으면 좀 더 정리해서 얘기해야 했다. 즉흥적이었기에 본인도 수습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안세영의 발언 중 일부를 대표팀 동료가 부정하지 않느냐. 어쨌든 말을 꺼냈으니 책임감 있게 빨리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실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질 게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메달리스트 선배’로 당시 현장에서 감격에 젖었던 방수현 MBC해설위원도 안세영이 다소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협회나 시스템 이런 것들이 변화돼야 하는 건 맞지만 안세영 선수 본인이 혼자 금메달을 일궈낸 건 아니지 않느냐”며 “잘 정리가 된 상황에서 협회하고 얘기했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발언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로 곡해 말라”, 공항에서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누가봐도 현장에서 은퇴로 이해하게 말했고 협회를 저격했다. 그래서 더 책임을 품고 대중 앞에 서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