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금메달을 많이 딴 것도 좋지만 여러 종목이 ‘메달밭’이 됐다는 점도 그 이상으로 고무적이다.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은 총 11개 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양궁(금5, 은1, 동1)을 비롯해 사격(금3, 은3), 펜싱(금2, 은1), 태권도(금2, 동1), 배드민턴(금1, 은1), 유도(은2, 동3), 탁구(동2), 역도(은1), 근대5종, 복싱, 수영(이상 동1) 등 여러 분야에서 메달이 쏟아졌다. 갯수로 따지면 총 32개로 1988 서울올림픽(3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금메달, 전체 메달 개수만 보면 성공적인 대회로 남아 있는 2008 베이징 대회와 거의 비슷한 성과를 낸 셈이다.
3년 전 한국은 도쿄올림픽에서 쓴맛을 봤다.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20개의 메달을 따는 데 머물렀다. 종합 순위도 16위로 1984 LA올림픽 이후 가장 낮았다.
당시 한국은 8개 종목에서 메달을 얻는 데 그쳤다. 3년 만에 메달을 획득한 종목이 3개 늘었다. 2016 리우올림픽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리우에서 한국은 9개 종목에서 메달을 땄다. 2012 런던올림픽(12 종목) 이후 가장 많은 종목에서 메달이 쏟아진 대회로 남았다. 개수가 늘어난 것과 함께 한국 스포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양궁, 펜싱, 태권도뿐 아니라 사격이 여러 종목에 걸쳐 세계의 중심에 간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이 목표로 삼았던 금메달 5개를 조기에 초과해 흐름을 탄 것은 사격의 역할이 컸다. 여기에 도쿄 대회에 이어 근대5종에서 다시 한번 동메달이 나왔다. 수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김우민이 동메달을 따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스포츠 클라이밍 결승에 오른 서채현,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등 한국과 인연이 부족한 종목의 선수들도 세계적인 이들과 경쟁했다. 파리 현장에서는 쏟아지는 메달에 취재진이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타이트한 일정의 연속이었다.
파리올림픽에 한국은 48년 만에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도쿄올림픽의 232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처음 세운 목표도 금메달 5개였다. 예상을 뒤엎고 한국은 여러 종목에서 선전하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양에서는 뒤지지만, 선수단의 질이 도쿄 대회 때보다 훨씬 나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파리올림픽 선전의 이유로 “우선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을 해주셨고, 지도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헌신했다. 전체적으로 체육인들이 엘리트 스포츠 위기 속에 위기감을 가졌다. 꼭 해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건 지도자다. 지도자가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듣고, 우리 의견을 넣지 않았다”며 현장 지도자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 효과를 봤다고 자평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