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아이러니다. 모기업 하이브 임원들을 ‘개저씨’라 지칭하며 “맞다이(1:1로 정면승부하자는 의미의 비속어)하자”고 일갈을 날렸던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피소 위기에 놓였다.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 무마’ 여부를 놓고 공방 중인 어도어 전 직원이 법적 대응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해당 퇴사자는 지난 13일 “민대표가 나를 업무수행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공개적으로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대표는 같은 날 18장에 달하는 입장문을 공개하며 “공교롭게도 하이브가 질타받는 시점에 해당 퇴사자가 등장했다”고 반박했다.

민대표는 입장문에서 해당 직원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직원이지만 업무 성과가 낮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논란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억지로 끌어들여 모든 화살의 방향이 저를 겨누고 있다. 하필이면 하이브가 언론으로부터 집중 질타받고 있는 시점에 갑자기 B씨가 등장해 애써 중재한 저를 억지로 겨냥해 공개 사과를 원하는 것이 몹시 석연찮다”고 의혹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직원 B씨도 자신의 SNS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허위라는 주장 ▲연봉 대중 공개 및 40% 감봉 ▲업무 능력 및 수습 종료 시점 평가 결과 등 민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B씨는 “사건의 본질은 민희진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은폐, 거짓말과 짜깁기를 통한 대중 기만, 동의하지 않은 카톡 공개와 맥락 편집을 통한 명예훼손”이라며 “총 7건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건의 성희롱 신고는 모두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연봉을 대중에 공개하고 40% 감봉한 것도 불법행위다. 적법한 징계절차 및 사전고지없이 직원의 연봉을 임의로 삭감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바란 것은 거짓의 정정과 공개적 사과”라며 “저 같은 힘없는 직원들이 억울한 지적을 당해도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조건 머리 조아리며 수십 수백 번 하는 죄송하다는 그 쉬운 사과 한마디를 못 하신다. 앞으로 법정과 노동청에서 뵙겠다”라고 예고했다.

연예계는 이번 사건이 민대표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4월 기자회견에서 ‘갑과 을’, ‘여성 대 남성’의 프레임으로 대기업 하이브에 맞서 MZ세대의 지지를 받았던 민대표가 여성 대표로서 여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호소에 미흡한 조치를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장황하면서도 논점을 피해간 민대표의 입장문 18장과 달리 직원의 입장문은 핵심만 짚은 점,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직원을 향한 낯부끄러운 욕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민대표가 대기업 하이브를 갑으로 규정하고, 갑에게 착취당하는‘을’ 여성 대표로서 MZ세대의 지지를 얻었던 만큼 이번 사건은 그간 대중에게 얻었던 신뢰를 잃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