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보름 만에 80만명이 다녀간다. 경제효과는 3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동해 바다 건너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퍼진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 얘기다.
일본의 고교 야구는 여전한 인기다. 한국은 1982년 프로야구(현 KBO리그)가 출범한 이후 급격히 쇠락했지만, 1년에 단 두 차례 대규모 전국대회를 개최하는 일본은 ‘우리 아이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기 위한 지역민들의 지지가 하늘을 찌른다.
때문에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23일 끝난 ‘여름 고시엔’에는 올해도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대회가 중단됐을 때 “경제적 손실만 75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메가 이벤트로 추앙받는 이유다.
간사이 대학 미야모토 가즈히로 명예교수는 일본 고교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여름 고시엔은 300억엔 이상 경제효과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예선에서 약 140억엔, 본선에서 170억엔가량 추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돈으로 2763억원가량 되므로,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회가 열리는 기간 오사카나 고베지역을 다녀온 이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름 근거가 있다.
우선 구장이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한신이 홈구장으로 쓰는 고시엔 구장은 4만8000명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대규모 구장이다. 17일간 4만8000명이 ‘직관’하면, 81만명을 웃도는 관중이 대회를 즐긴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국 49개 고교가 겨루는 ‘여름 고시엔’은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47경기가량 펼쳐진다. 티켓 한장이면 당일 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지만, 올해는 폭염 탓에 2부제로 나눠 진행했다.
티켓값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결승전 외야석이 700엔(약 6500원) 남짓. 좌석 등급별 변수를 제외하고, 700엔짜리 티켓 4만8000장을 팔았다고 가정하면 3360만엔(약 3억945만원)이다. 당일권 기준으로 입장수익만 5억7129만엔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역대표간 맞대결이어서 응원단과 지역주민, 동문 등 양측 평균 5000~1만명가량 매일 티켓을 구매하면 입장수익은 더 오른다.
올해는 고시엔구장에서 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치른지 100주년이다. 100주년 기념셔츠 등 특별 굿즈도 ‘완판’됐다. 80만명 전부는 아니겠지만, 수십만 명이 숙박과 식음료 등을 이용하는 것도 이 대회의 경제효과다. TV와 라디오로 거의 모든 경기를 생중계하고, 스포츠 전문지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가 취재경쟁을 한다. 취재진 역시 숙식을 대회장 인근에서 해결하므로, 미야모토 교수가 주장한 ‘300억엔 이상 경제효과’는 상상이 아닌 셈이다.
상상이상의 경제효과를 유발하는 대회. 일본에서 ‘여름 고시엔’을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문화축제로 부르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