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인터뷰하다 울어보긴 처음이네요.”
한여름(27)은 한번 흘린 눈물을 쉽사리 그치질 못했다. TV조선 ‘미스트롯3’에서 오롯이 느낀 감정 때문이다.
복기하자면 이렇다. 1라운드에서 ‘올 하트’를 받았다. 진성의 ‘님 찾아가는 길’(1997)을 불렀다. 마스터들 칭찬이 쏟아졌다. 장윤정은 “관심을 끄는 데 큰 힘이 있다”고 칭찬했다. 무대 위에선 활짝 웃었다. 무대 뒤 계단으로 내려와 주저앉아 울었다. 주변 가수들이 의아해하며 달랬다.
본인의 한계를 절감했다. 한여름은 28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감정이 부족했다. 그걸 알기 때문에 올하트 받고도 웃질 못했다”며 “목에 신경 쓰느라 노래에 집중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고 토로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스스로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결국 후반 라운드에서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톱10에 들지 못했다.
끝나고 어땠냐고 물었다.
“답이 없었어요.”
정적과 눈물이 동시에 흘렀다. 막막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신곡 ‘삶은 계단’ 작사를 맡은 건 가수를 하면서 느낀 이런 좌절감을 노래에 녹여내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무대에 선다고 가수가 아니다. ‘롱런’ 하기 위해선 그 이상이 필요하다. KBS ‘전국노래자랑’(2018) 충남 홍성편에서 최우수상을 탔다. 같은 해 정규 1집 앨범도 발표했다. 탄탄대로를 걸을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곧바로 내려왔다. 슬럼프에 빠졌다.
주변 조언을 참고했다. 비음을 줄였다. 흉성과 두성을 섞었다. 6년 만에 발표한 노래엔 이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쭉 뻗는 고음이 매력적이다.
“삶은 계단/ 올라갈 때도 있고/ 삶은 계단/ 내려갈 때도 있지.”
“이 노래를 받았을 때 가사에 감정을 넣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방송을 쉬면서 느낀 축적된 감정이 노래와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단순한 가사지만,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 20대를 거치며 인생의 쓴맛, 단맛을 가사에 녹여냈다. 장윤정이 말한 대로 ‘관심을 끄는 힘’이 한여름 안에 존재한다.
이런 끼는 할아버지에게 물려 받았다. 조부는 ‘미 8군 노래자랑’에 참가해 1위를 할 정도로 실력파였다. 그만큼 재능이 있었다. 6.25전쟁에 참전해 다치지 않았더라면, 가수의 길을 걸었을지 모른다. 그는 남인수 선생의 ‘청춘고백’(1955)을 늘 끼고 살며 들었다. 그 시절 한 서린 감정을 품고 자랐다.
한여름은 가수로서 높은 계단을 올라가겠노라 선언했다. 부모님은 극구 반대했다.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랐다. 가족과 반대로 지인들은 재능을 펼치길 원했다. “네가 가수를 안 하면, 누가 하냐”고 했다.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 대상(2014)에 오르며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끼를 숨기기 어려웠다.
“부모님께 ‘인생은 한 번이다. 해보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졸랐죠. 막상 해보니 독기도 있어야 하고 쟁쟁한 경쟁을 이겨낼 힘도 필요하더라고요. 이런 시기를 보냈으니 이젠 올라갈 계단만 남았겠죠?”
아직 한여름이다. 8월 뙤약볕이 가시질 않았다. 이젠 ‘한여름’이 더위가 아닌 가수 ‘한여름’으로 회자되길 꿈꾼다. 노래방 차트에서도, 음원차트에서도.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더위가 풀릴 날이 머지 않은 만큼, 그의 꿈도 이내 찾아올 것만 같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