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노래를 냈는데 1위 못 하면 밤에 공황이 올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제게 그런 독기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고 생각해요.”
연기와 노래 두 영역에서 정점을 찍은 스타는 흔치 않다. 그것도 ‘월드스타’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셀럽이다. 가수 비가 세계적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 건 배우의 길을 함께 걸은 게 주효했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2003)를 시작으로 ‘풀하우스’(2004), 영화 ‘닌자어쌔신’(2009) 등 숱한 히트작을 거치며 글로벌로 발돋움했다. 한국인 최초 MTV ‘무비 어워즈’(2010) 최고액션스타상은 그 정점이었다.
디즈니+ ‘화인가 스캔들’은 어쩌면 그를 다시 글로벌로 보폭을 넓히게 해줄 작품 중 하나가 될지 모른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절제되고 깔끔한 ‘정지훈표 액션’에 글로벌 팬들이 매료됐다. 여자 킬러 K1(정주연 분)과 펼친 액션은 정지훈의 제안대로 롱테이크로 찍어 보는 맛을 더했다.
정지훈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액션신을 찍을 때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니까 재밌지만, 하고 나면 며칠 앓아누울 정도로 힘들다”며 “사실 왼쪽 연골이 없지만 운동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웃어보였다.
‘화인가 스캔들’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스캔들을 그린 드라마다. 화인그룹 며느리이자 재단 이사장 오완수(김하늘)와 경호원 서도윤(정지훈 분)이 12조원이라는 유산을 놓고, 화인가에 얽힌 죽음과 비리를 풀어간다.
멜로지만 주인공 김하늘과의 로맨스는 없었다. 정지훈은 “이 드라마에서 저와 완수의 중요한 텐션은 서로에게 끌리는 게 있되 선을 넘진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로맨스가 달콤한 게 표현되지 않게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완수와 도윤은 서로에게 끌린다. 완수는 “나랑 잘래”라는 말을 건넸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키스로 서로의 감정만 확인한 채 각자 위치로 돌아갔다. 둘의 몫이 있었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 경호원으로 ‘화인가’에 입성한 도윤은 친구의 죽음을 밝히는 게 중요했다.
정지훈은 “도윤이 완수가 범인이라 생각하고 화인가에 들어왔으나, 화인가 모든 사람이 완수를 죽이려 하는 걸 보고 ‘이 여자는 왜 이러고 살지’하는 연민이 생긴 것”이라며 “김하늘 배우와 그 어떤 달콤함도 주지 말자. 완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기대 울 수 있는 정도까지만 표현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정지훈에게 글로벌은 다시 한번 도전해 고픈 목표이기도 하다. 다만 연기도 노래도 이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정지훈은 “연기는 기라성 같은 선배, 동료 배우들이 많고, 노래도 저보다 잘하는 아이돌이 많다”며 “연기든 케이팝이든 이제 후배들 박수쳐주는 역할로 만족한다. 만약 이러다 뭔가 터지면 감사하게 활동하면 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socool@sportsseoul.com